“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전공의 교육권과 인권이 함께 보장되지 않는다면 무차별적 확대는 위험합니다.”

홍성민 사직 전공의(서울아산병원 외과)는 20일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뉴노멀 수련병원 로드맵을 위한 제안’ 공동세미나에서 전공의 입장에서 경험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번 세미나는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입원의학회가 공동 주최해 전공의·입원전담전문의 등이 참여, 제도 개선과 수련환경 변화를 논의했다.

홍성민 전공의는 먼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장점을 언급했다.

그는 “수련 과정에서 접하기 힘든 복합환자를 경험할 수 있고, 교육 기회를 보완한다는 점에서 제도 의의가 분명하다”며 “졸업 후 진로로 진지하게 고민할 만큼 매력적인 제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공의 신분에서 겪는 현실적인 문제점도 적잖다는 입장이다.

그는 “인력이 부족할 때는 다른 병동까지 담당하거나 진료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며 “특히 전임의 전 단계처럼 활용되는 경우가 있어 직책이 불안정한 느낌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과 수련에서 수술 전후 환자 관리 경험은 필수지만 실제로는 회복 과정을 보지 못하고 간단한 검사나 동의서 작성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며 “교수와 전공의 모두 신뢰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전했다.

일부 입원전담전문의와 관계에서 겪은 어려움도 털어놨다.

그는 “전공의를 동료로 존중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공개적 모욕, 감정적 언사로 상처를 주는 경우도 많았다”며 “힘들더라도 혼자 일하는 게 낫겠다고 말할 정도로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 확산에는 동의하지만 입원전담전문의가 제도적으로 보호받고 동시에 전공의 교육권·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세심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다희 사직 전공의(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초기에 보여준 교육적 효과를 강조하며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소아과 병동에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이 처음 개설됐을 때 전문의들이 교육적으로 필요한 환자를 선별해 전공의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직접 관리했다”며 “전공의가 이론과 실무를 함께 배울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그는 “전문의 교체가 이뤄지고 업무 강도가 줄면서 교육 목적이 약화되고 오히려 업무가 많은 환자가 전공의에게 배정됐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업무도 전공의가 떠맡게 됐다”고 말했다.

또 “전문의 공백 시에는 전공의가 사실상 전문의 역할을 대신하며 교육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박 전공의는 제도 본질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입원전담전문의는 단순한 전공의 대체인력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구조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며 “비교육적 업무를 전공의에 전가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입원전담전문의 충원과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전공의 교육과 진료의 질이 함께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