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을 보고 적반하장이라고 한다. 무과실 문제는 의사들이 제발 넣어달라고 해서 만든 제도다.(추호경 의료중재원장)"
의료분쟁조정법을 놓고 추호경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과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이 신경전을 펼쳤다. 23일 오전에 열린 보건산업최고경영자회의 43회 월례조찬회에서다.
추 원장은 '의료분쟁 문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그는 의료중재원의 업무와 운영 방향을 설명했다. 일반적인 초청강연 분위기가 돌변한 것은 노환규 의협 회장이 질문에 나서면서부터다.
추 원장 강의 직후 노 회장은 의료중재원에 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나섰다. 노 회장은 의료분쟁법 문제는 원가 이하의 의료수가에 기인한다면서 추 원장에게 3개 질문을 던졌다.
노 회장은 "정부가 강제하는 의료수가가 원가의 몇 퍼센트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추 원장은 "의료중재원은 진료수가와 원가를 관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것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할 일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잘 조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노 회장은 두 번째 질문에서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에 우려를 나타냈다. 의사 과실이 없는데도 보상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의사들의 우려가 크다는 입장과 함께 의료분쟁조장법이라는 용어를 썼다.
그러자 추 원장은 "이런 것이 적반하장"이라며 다소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국회 속기록을 봐도 의사들이 이 제도를 원했다는 것이 나온다"며 "제도를 원하지 않으면 올해 정기국회에서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추 원장은 "의사를 위해 만든 제도이며 분만진료 기피 현상을 막으려는 취지도 있다"며 "그동안 산부인과의사회와 학회 대표들을 만나 대화했다. 잘 못 이해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사고보상심의위원회에 의사가 충분히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며 위원회 구성에 의사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반박하기도 했다.
노 회장은 이어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를 통해 의사에게 강제로 돈을 걷는다. 건보공단이 (의료기관에)지급해야 할 돈에서 떼 간다"며 "그래서 의사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의사들이 조정신청에 응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추 원장은 "좋은 충고였다. 10년 뒤에 이 제도에 대한 학술대회가 열렸을 때 환자와 의사가 나를 믿어줬고 신뢰가 중요했다는 말을 하는 기대를 해본다"며 "의사나 환자나 믿어달라.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갑 "의협이 환자 걱정해줬으면"
추 원장과 노 회장의 질의응답 직후 박재갑 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질문에 나섰다. 박 전 원장은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오히려 의협은 억울한 피해가 없기를 기대한다는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그런 다음에 뒤로 수가를 언급하는 게 맞다. 국민이 자꾸 알면 계속 우리 의사를 나쁜 집단으로 매도할 것"이라며 노 회장의 발언에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의료중재원 위원회에 의사가 과반을 넘지 않은 게 오히려 잘 됐다고 본다. 과반을 넘으면 국민이 믿겠느냐"라며 "의사가 억울하다고 해야 국민이 신뢰한다. 노 회장이 협장으로서 한 발언이라고 보며 대다수 의사는 환자의 억울함이 없는지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추 원장은 자신이 대한병원협회 고문으로 활동한 점을 소개하며 "이과를 택한 의사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접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절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을 것이며 이를 노 회장에게도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