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레보 등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이 확정 되면서 의료계가 더욱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이를 둘러싼 각계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오늘(7일) 오전 11시 서울식약청에서 의약품 4만 여 품목을 대상으로 실시해 온 의약품의 재분류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재분류 결과의 핵심은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여부로, 식약청은 '심각한 부작용 우려가 없다'며 일반약 전환 방침을 전했다.
재분류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 단체 등과 의견조율 작업을 거쳐 오는 7월 최종 시행에 돌입한다고 발표해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기정사실화 한 셈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의료계의 반발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1인 시위를 검토중이다.
대한의사협회 이재호 의무이사는 "경구피임약은 복용자의 과거력 등에 따라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음을 수차례 지적했음에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면서 불쾌한 심경을 내비쳤다.
향후 의협은 산부인과학회, 산부인과의사회 등 의료계는 물론 종교계와 함께 의견을 모아 반드시 일반약 전환을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복안이다.
이재호 의무이사는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중지를 모아 반드시 반대 의견을 제시하겠다"면서 "대한민국이 저출산이라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어처구니 없으며 밀어붙인다고 해서 되는 것이냐"며 분개했다.
이어 이 의무이사는 "사후피임약에 대해 편의성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사후피임약이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환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도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사후피임약의 접근성과 편의성만을 강조해서 식약청이 일반약 전환을 확정짓는다면 1인 시위를 통해서라도 부당함을 알리겠다"고 성토했다.
박노준 회장은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한 영국·스웨덴·노르웨이·미국·중국 등에서는 응급피임약 복용 확산과 함께 성병이 증가하고, 낙태는 감소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낙태반대운동연합 김현철 회장도 "응급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피력하고 나섰다.
김현철 회장은 "여성의 건강과 안전, 원치 않는 임신의 예방과 불법낙태의 근절을 표방하는 복지부와 국민의 사회적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식약청은 응급피임약의 용도와 사용실태를 정확히 판단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에서는 "사전 피임률이 낮다는 이유로 여성의 사후피임약 선택권을 제한해서는 안된다"며 여성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결정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녹색소비자연대 의약품안전사용운동본부 이주연 본부장은 "향후 일반약 전환이 확정되면 그 동안 미미했던 성교육이 활성화돼야한다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면서 "또한 약국에서의 복약지도 역시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사후피임약의 안전성이나 오남용에 대해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일반약으로 시중에 유통될 경우 감시 장치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