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상황 도래…앞으로 분만 어디서 하나
산부인과, 올 전공의 정원 17명 줄였는데 설상가상 9명 벌써 중도 포기
2012.07.13 10:56 댓글쓰기

산모와 태아, 여성 건강을 책임진 산부인과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전공의 기피, 분만실 폐쇄, 야간 응급 수술 포기 등이 이어지면서 산부인과에 아기 울음소리 대신 의사들의 한숨 소리만 들린다.

 

특히 전공의 중도 포기사례가 속출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데일리메디가 확보한 2006년부터 올 4월까지 산부인과 전공의 정원, 지원 및 수련 포기 비율[아래 표]을 확인한 결과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산부인과 전공의의 정원은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217명, 194명, 193명, 191명, 193명, 186명 등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으며 올해는 169명으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확보율은 64%, 62%, 55%, 76%, 64%, 66%, 등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련 포기비율은 14%, 15%, 12%, 18%, 10%, 12%로 유지되는 양상이다. 특히 올해 전공의 정원 10% 가까이(17명) 줄었지만 확보율은 4% 오르는데 그쳤다. 수련포기자는 벌써 9명이나 돼 7.5%에 달한다.

 

의사들 "의료분쟁조정법 시행으로 엎친데 덮친격" 호소

 

분만의사를 선택했던 산부인과 전공의 10명 중 9명은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될 경우 분만의사를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 전국 산부인과 전공의 4년차(2012년도 예비 전문의) 60명을 대상으로 ‘의료분정조정법 시행령이 전문의에게 미치는 영향’ 주제의 산부인과학회 설문조사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당초 분만의사를 선택했던 전공의 35명 중 90%는 분만의사를 포기하겠다고 답했다. 또 전공의들의 90% 이상은 ‘의료분쟁조정법 도입은 산과의 안정적 진료환경을 해치고, 환자와 의사 간 갈등만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은 ‘산부인과의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불가항력적인 모성사망 등에 대해 의사에게 원죄를 씌우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자괴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이 만약 수련 1년차 때 발표가 됐다면 전공의 수련을 아예 포기했을 것이라는 응답이 4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한 반발감이 컸다.

 

산부인과학회는 실제 2012년도 전공의 모집 기간 동안에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의 영향으로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을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했다고 지적했다.

 

학회 관계자는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2006년 이후 7년 연속 미달을 기록하고 있고 2012년도에는 정원을 20명 줄였음에도 지원율이 69%에 그쳤다”고 우려했다.

 

그는 “더구나 수련 기간 중에도 중도 포기자가 많아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 수는 최근 100명 미만으로 감소하고 올해 전문의 시험 응시자는 91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이러한 상황에서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될 경우 산부인과 전공의들이 수련을 포기하거나 분만을 하는 의사를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아 분만시스템 붕괴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산부인과학회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을 더욱 하락시키고, 전문의들이 분만을 포기하게 만들어 분만병원이 없는 의료소외지역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산부인과 재원 부담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년 후 산부인과 의사 공백 사태, 해결 방안은


현재 산부인과 전문의 6000여명 중 50세가 넘는 이가 45%다. 같은 연령대 내과 전문의 26%보다 2배 가까이 고령화됐다. 분만 진료 주축인 30대 산부인과 의사는 19.9%로, ‘30대 내과의’ 35%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그럼에도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해마다 줄어 지난해부터 100명 이하로 떨어졌다. 10년 전인 2003년에는 239명이었다.

 

산부인과학회 측은 “대개 55세가 넘으면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 진료를 접는다”며 “이런 추세라면 10년 후 출산과 모성 건강을 책임질 의사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산부인과 살리기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건복지부와 산부인과학회 및 개원의사 단체는 ‘산부인과 발전협의체’를 구성했다. 오는 9월까지 포괄수가제를 비롯 초음파 급여화, 질강처치료 산정, 요양병원등급 상향조정 등 산적한 산과 현안에 대한 방향성과 함께 ‘산부인과 살리기’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게 된다.

 

김재연 법제이사는 “현재 산부인과 발전협의체에서 20여개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산부인과 미래를 위한 총체적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으로 9월 말 마무리 짓고 결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산부인과의 어려움은 의료계뿐만 아니라 정부 역시 공감하는 것으로, 진료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가 이번 논의를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산부인과에서는 발전협의체를 통해 △7월 DRG 강제시행 △초음파 급여화 △산부인과 요양병원등급 상향조정 △질강처치료 산정 △종합병원 개설 시 300병상 이하 산부인과 필수과목 지정 △일반 및 응급피임약 등의 과제를 집중 피력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프로세스를 동원, 산부인과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총체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의료분쟁조정법 역시 시행 후 사안, 법 개정 등에 초점을 맞춰 논의하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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