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전국의사대표자 연석회의에서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의 대정부 투쟁의 로드맵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난항을 겪자 노환규 회장이 내부 동요를 잠재우는 동시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대정부 투쟁이 공식화됐지만 상당 수 회원들과 대표자가 혼선을 겪고 있어 노환규 회장이 앞으로 전개될 방향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특히 노환규 회장은 20일 대회원 서신을 통해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대정부 투쟁의 명분과 관련, 뚜렷한 견해를 밝히고 "소투쟁에서 대투쟁으로 전환하겠다"고 천명했다.
노 회장은 "대다수 의사들이 대정부 투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2000년도 경험을 잊지 못했다"면서 "투쟁 후 감수해야 했던 정부의 철저한 보복(세무조사, 행정처분, 수가인하 등)을 기억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당시의 쓰라린 기억은 지금 현재, 또 한 차례 용기내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때문에 모든 의료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1~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소투쟁이 아닌 대투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불합리한 수가 결정구조으로 인한 저수가 정책 및 편법과 불법이 동원되며 점차 왜곡되는 진료 현장, 젊은 의사들의 암울한 미래, 블랙홀이 돼가는 빅5병원 집중화 현상 등을 언제까지 두고만 볼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노 회장은 "이는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고,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면 의사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들이 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의료는 더욱 어두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의사들의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노 회장은 "잘못된 의료제도로 인해 국민과 의사들이 함께 권리를 침해 당한다는 사실에 의사들이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무엇이 바람직한 의료제도인지 비전을 갖고, 반드시 의료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기존 로드맵에 따르면 의협 집행부는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특별한 상황을 활용해 대정부 투쟁 선포 후 소투쟁을 계획한 바 있다. 그러나 1~3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 대투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노 회장은 "집행부가 투쟁 시작부터 끝까지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소투쟁은 현재 상황에서는 불가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투쟁의 방법에 대한 각자 의견이 뚜렷하고 동참 의지가 각기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충분한 준비 없이 대투쟁이 시작됐기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고, 갑작스러운 투쟁의 시작에 혼란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가 결정구조는 더 이상 이대로 둘 수 없다"며 장기적인 투쟁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여기에 성분명처방, 포괄수가제 확대와 총액계약제, 저수가 급여항목 확대 등도 위기감을 더하고 있는 분위기라는 것이 노환규 회장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노 회장은 "소투쟁과 달리 대투쟁은 회원들이 전체의 과정을 결정하게 되는 만큼 의협은 투쟁과 함께 의사들의 신뢰도와 이미지를 제고시킬 수 있는 방안을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