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조만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위원을 총 25명에서 13명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그동안 건정심 의사결정구조 개편을 주장한 의료계의 주장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29일 본지가 입수한 박 의원의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초안)'에 따르면 위원장 1명과 부위원장 1명을 포함해 25명인 규모인 건정심 위원을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3명으로 바꿨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가입자와 공급자 위원을 각 5인씩 동수로 구성하고, 가입자가 추천한 위원 1인과 공급자가 추천한 위원 1인을 공익위원으로 했다.
이와 별도로 가입자와 공급자가 합의해 추천하는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정하도록 했다. 현행 건보법은 보건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법안대로라면 정부 관계자가 당연직으로 위원장을 맡을 수 없게 된다.
현행 가입자와 공급자, 공익단체 위원들의 구성 요건도 대폭 바꾸도록 했다. 현행 건정심 위원 구조는 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가입자와 공급자, 공익이 각 8명인 이른바 8·8·8 구조이다.
가입자의 경우 주요 노동자단체와 시민단체 등에서 위원 8명을, 공급자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에서 8명을 추천한다. 의협은 예외적으로 위원이 2명이다. 공익은 정부 관계자와 공공기관, 대학교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박 의원의 법안을 적용하면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1인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시민단체와 근로자단체가 추천하는 각 1명이 가입자가 된다.
공급자는 의료계와 약업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추천하는 5명이다. 공익은 가입자와 공급자가 각 1명을 추천하고, 위원장을 합의하에 별도로 추천하는 방식이다.
즉 정부와 보험자인 건보공단 등은 현행 공익에서 가입자로 신분이 바뀌게 된다. 이는 공익 구성에 문제를 제기해온 의사단체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개정안은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자료요구 주체에 의약계 대표를 포함했다. 박 의원은 건정심 정책세미나에서 이 법안을 30일경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휴일인 관계로 31일 제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 통과 가능성 미지수
박 의원이 발의 예정인 법안은 건정심 구조를 대폭 바꾸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박 의원은 건정심 위원 축소에 따른 갈등 가능성에 대해 "생각보다 각계에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겁 없이 법개정을 추진하려 한다"고 답했다.
위원 축소에 따른 갈등구조에 대해서도 "(건정심)위원이 많다고 해서 위원회가 잘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위원이 적으면 더 효율적이 논의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세미나 직후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건정심 위원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법안 통과는 낙관하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야당의 찬성을 이끌어내기가 만만치 않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민주통합당 소속)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잘 경청해 해답을 찾아보겠다"고 말했지만 섣불리 여당의 입장에 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그동안 건정심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정말 어려운 과제다. 동의하기 어렵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도 고려 대상이다. 세미나에 참석한 박민수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우리나라처럼 통합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나라는 비슷한 (건정심)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결국 건정심 문제가 불거진 것은 수가 문제인데, 건정심을 바꾼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이어 "건강보험의 이해당사자는 가입자와 공급자이며, 이런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정부이다"라며 "그래서 (정부가 건정심을)운영하는 역할을 맡았다. 물론 세부적인 내용에선 개선안을 고려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과장은 건정심 구조개편이 수가에 대한 의료계의 불만에서 출발했다고 판단, 상대가치제도 등의 개선을 약속했다. 반면 의협은 수가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은 인정하면서도 "건정심 공익위원 구조가 정부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