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약품 결제기일 3개월 의무화법’과 관련해 도매업계가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 동안 보건복지부는 결제 지연 문제 해결을 위해 수 차례 노력을 거듭해왔지만 이해관계에 부딪히면서 번번이 실패한 바 있는 만큼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은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이다.
다만 병원계는 이번 약사법 및 의료법 개정안 입법 추진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어서 실제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정안에는 의료기관이 3개월 내 의약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연 40% 이내 이자를 지불하고,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최대 폐쇄까지 가능토록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어 병원의 거부감이 크다.
반면 도매업계는 무엇보다 병원 ‘외상’ 문제와 가뜩이나 어려워진 업계 환경 속에서 회사 존폐론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법안 추진을 적극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도매업계에 따르면 현재 도매업체가 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한 뒤 실제 돈을 수급하는 시간은 평균 8개월 정도 된다. 심하면 2년이나 걸리는 곳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제약사로부터 의약품을 사올 때 현금이 없기 때문에 담보를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담보는 대지, 건물 등이 포함되는 데 이마저도 최근 업계 상황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도매업계 고위 관계자는 "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고 8개월 뒤, 대금을 받는다고 치자. 보통 도매사는 제약사로부터 약 구매 후 3개월 만에 대금을 준다. 여기서 5개월 정도 빈 기간이 생긴다. 도매사는 제약사에 다른 방법으로 대금을 부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은 도매사에게 담보를 잘 주지 않는다. 대부분 외상이다. 반면 우리가 제약사로부터 약을 구입할 때는 신용거래가 없다. 전부 담보를 주고 사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병원들은 이번 개정안을 반대할 것이다. 갑자기 3개월로 기간이 제한된다면 과연 도매사에게 줄 돈이 있겠냐는 논리다. 병원도 당황할 수 밖에 없다”라며 “터무니없이 의약품 결제기일이 긴 병원의 경우 추진 법에 대해 일정 유예기간을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도매업체 대표는 “사실 병원의 의약품 결제기일이 장기화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악순환의 반복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문제는 주로 대형병원에서 일어난다. 주 거래처가 제약사보다는 도매 기업이기 때문에 특히 도매업계가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제약사의 경우 주로 대형병원 보다 100병상 이하의 병·의원들과 직접 거래를 하기 때문에 이번 정부 법안 추진에 대해 특별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약국과 관련해서는 환영의 모습이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물론 제약사도 병원과 직거래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큰 병원의 경우 대부분 도매업체가 맡고 있어 병원 의약품 결제기일 제한이 제약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제약사 입장에서도 물론 나쁘진 않다. 특히 약국 대금 결제기일로 고충이 있었던 회사들의 경우 환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