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단체로서 의협에 냉담해지는 국회
2014.07.27 20:00 댓글쓰기

[수첩]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 '원격의료 시범사업 반대'를 공식화하고 투쟁을 선언했다. 


그는 “의료계 참여와 동의가 없는 시범사업 강행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며 의료계가 투쟁 가도에 들어서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의협회장 후보시절 시범사업을 제도 도입 반대 근거 마련의 계기로 삼고 의정합의를 통해 얻어낸 30여 가지의 과실을 따먹겠다는 구상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사실 의협은 의료 영리화 논란에 대응했던 의사결정만 봐도 일관성 있는 정책 기조를 펴지 못했다.


정부의 의료규제 완화 정책에 맞서 파업과 범야권과의 연대로 강대강 대결을 불사하더니, 돌연 의정 합의로 그들과 다른 노선을 걸었다.


그러다 당시 노환규 前 회장이 의정 합의 수용 거부를 선언하며 탄핵 당했는데, 새롭게 들어선 집행부 역시 ‘회원 의견 수용’을 이유로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협 내 양대 세력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거듭하며 힘겨루기 결과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부 갈등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방증하듯 보건의료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와 국회에서 의협의 신뢰도는 날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책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를 함께하는 정책 파트너로서의 기본 전제는 일관성과 안정성이다. 하지만 최근 의협은 춤추는 의사결정으로 그 자격조건 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국회에서조차 정책 파트너로서 의협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한 여당 관계자는 “더 이상 의협에 힘을 싣지 않고 있다. 의협이 정치 집단으로 변질되면서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신뢰를 잃었다”고 평했다.


정부를 설득하는데 가장 중요한 카드였던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신뢰가 상실되며 더 이상 기존 입장을 고수할 수 없게 돼 버렸다는 지적이다.


이는 현재 의료 규제 완화 정책을 막기 위해 연대를 맺고 있는 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투쟁을 시작할 시기만해도 야당은 노조를 포함한 보건의료단체의 연대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 선봉에 서서 투쟁을 이끌었던 의협에 대한 믿음도 어느정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한 야당 관계자는 다시 투쟁 노선에 들어선 의협에 대해 “의료영리화 저지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 영향력을 평가절하했다.


그는 “영리화 저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의협 내부 문제 탓에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의협의 상황을 짚어냈다.


현재 추무진 회장은 원격의료 입법 저지를 위해 활발한 대국회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회를 오가며 추 회장과 마주친 것도 여러번이다. 그러나 추 회장의 노력 대비 국회의 냉담함은 쉽사리 녹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추 회장이 집중해야 할 것은 전문가 단체로서 의협의 위상을 되찾는 것이다. 의협 내 목소리를 한 데 모아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이뤄질 때 의협의 목소리는 확성기를 타고 국민에 전해질 것이고, 자연히 정책 파트너로서의 지위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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