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핫이슈 '의료관광 메디텔' 건립 촉각
기재부 '6월 구체적 방안 마련'…야당·시민단체 '의료민영화 수순' 반발
2013.05.03 20:00 댓글쓰기

기획재정부가 병원 내 의료관광객용 숙박시설인 메디텔을 서울 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나 설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야당과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의료계 전반적인 반응이다.

 

기재부는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첫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메디텔을 호텔업의 유형 중 하나로 인정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를 통해 현재 0.6% 수준인 대형병원의 해외환자 비중을 5년 내 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병원이 외국인 환자를 위한 숙박시설을 지으려면 규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컨벤션홀을 짓고 관광호텔로 설립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관광호텔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인근 주민의 반발을 우려해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가 승인을 꺼려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오는 6월까지 '관광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해 관광호텔업, 수상관광호텔업, 한국전통호텔업, 가족호텔업, 호스텔업 등 현재 5개인 호텔업종에 메디텔을 추가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몇몇 병원에서 외국인 환자를 위한 숙박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그를 수용한 것이다”며 메디텔 추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소수 대형·전문병원에 대한 편파적이고 일방적 특혜"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메디텔 설립 허용이 의료민영화로 이어질 거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은 3일 성명을 통해 “소수 대형·전문병원에 대한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특혜다. 공공병원 병상비율이 10%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외국환자들이 몰려오는 것을 기대한다면 돈벌이에 급급한 이중성을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말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공공의 책임을 갖고 있는 국가가 진정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면 의료장사를 위한 규제 완화보다 진주의료원처럼 죽어가는 공공의료 살릴 생각을 먼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역시 2일 성명을 통해 “메디텔 허용은 의료상업화, 유사의료행위, 지역불균등 심화로 의료비인상을 불러올 조치”라고 평했다.
 
이들은 “메디텔이 허용되면 입원할 정도의 환자가 아닌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의학적 근거가 희박한 상업적 서비스가 횡행할 가능성이 크고, 환자들의 치료와 건강증진 및 예방과 교육은 뒷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또한 “메디텔을 외국인 환자에게만 허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해도 호텔경영의 어려움 등으로 결국 국내환자들의 숙박용으로 사용될 것이다. 서울과 대도시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것이고 의료 지역불균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의료계 “환영하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의료계는 병원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한 법 개정에 환영의 뜻을 표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후에야 그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한병원협회 고위 관계자는 “일단은 환영한다.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세금 등의 문제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메디텔이 의료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어자피 메디텔은 능력 있는 몇 개 병원 밖에 세울 수 없다. 나머지는 겨우 병원을 유지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메디컬 리조트 WE호텔 관계자는 “메디텔에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7월 개원을 앞두고 있는 메디컬 리조트 WE호텔은 관광호텔업으로 허가받은 기존 호텔에 의료시설를 접목해 숙박시설과 의료시설을 갖춘 국내 첫 모델이다. 2009년 의료법인이 부대사업으로 숙박업을 하도록 개정된 의료법의 첫 사례인 셈이다.

 

호텔 관계자는 “이미 의료법인이 숙박업을 할 수 있다. 또한 호텔과 병원이 제휴만 맺어도 메디텔 관련 조건을 맞추지 않아도 숙박과 의료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설립 조건이나 운영 지침이 까다로울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메디텔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한 병원 관계자 역시 “메디텔 사용자 자격, 개설 허가 자격, 병상 수 제한, 의료인 인원 규정 등 메디텔 관련 규정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와야 메디텔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기재부 "환자 편의제공 차원"

 

기재부는 구체적인 운영 방침에 대해 6월까지 속도감 있게 논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메디텔 도입까지 협의된 상태다. 메디텔 사용자 국적, 예산 지원 여부 등 구체적인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적어도 6월까지 결정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의료민영화의 물꼬를 트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환자의 편의 제공 차원”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미 병원은 부대사업으로 장례식장, 미용실, 숙박업소 등을 할 수 있다. 메디텔은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 모텔보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병원 진료를 받게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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