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예고 의료계…교수·전공의 동참 가능성은
노환규 의협회장 '압박감 예전보다 크고 의료개혁 필요성 인식 확산'
2014.01.03 20:44 댓글쓰기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가 11일 총파업 진행 여부를 확정 짓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대학병원 교수 및 전공의들의 참여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노환규 회장은 2일 정부가 변화 없는 태도를 이어간다면 예고된 대로 파업을 포함한 투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천명한 바 있다.

 

지난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10여 차례 이상의 법 개정으로 인해 의사의 권리를 침해당하고 경영에 큰 타격을 입어 더 이상은 의료제도 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의협은 이번 원격의료, 영리병원 저지를 기치로 의료계가 총파업에 돌입한다면 원칙적으로 동네 의원부터 대형 종합병원까지 모든 의료기관의 의사가 참여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다만 의사들이 얼마나 진료 거부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전면 파업 양상을 보였던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만큼 영향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더욱이 병원 경영자들의 단체인 병협도 자회사를 통한 영리사업에 대해 병원 경영난을 개선하는 데 필요하다며 의협과는 이견을 보이고 있어 녹록치 않을 것이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일선 대학병원 교수들의 목소리는 예상대로 한 데 모아지지 않으며 온도차 역시 여전한 것으로 보여진다.

 

가천의대 길병원 외과 A교수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에는 개원의, 봉직의, 대학교수 할 것 없이 공통의 목표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원격의료에 대해 상당 수의 대학병원 교수들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혹은 원격의료를 찬성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B교수는 "갈수록 의료에 대해 규제가 심해지고 있으며 영상장비 수가 인하, 비급여 제도 등으로 인해 병원계 역시 심각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원격의료는 언젠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봤을 때 이번 대정부 투쟁의 목표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 이후 전공의나 교수들이 투쟁 의지를 밝힌 적이 아예 없다”며 “하지만 전공의, 교수들도 점차 남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대정부 투쟁에는 전공의 파업에 이은 의과대학 교수들의 파업으로 전국 대학병원의 진료까지 사실상 마비돼 파급력이 상당했던 것이 사실이다.

 

노 회장은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당시 단계적 투쟁으로 기간이 굉장히 길었다”며 “그 당시 개업한 의사들이 먼저 앞장서고 전공의, 교수들 참여하게 됐다. 의약분업 시점처럼 긴 시간 동안 진행되는 단계별 투쟁은 아니더라도 반드시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로잡을 수 있는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만약 조기에 파업을 하게 된다면 개원의 중심이 될 것 같다”면서 “개원의사가 투쟁의 의지가 강한 이유는 그만큼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공의들도 이제 점차 남의 일이 아니라 나에게 닥쳐올 일이라는 인식이 전공의들에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공의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문제는 앞으로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의를 거쳐 힘들게 전문의를 딴다고 해도 펠로우까지 그야말로 험로"라면서 "개원 역시 포화상태에 이른 지금에서 녹록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괄수가제, 원격의료 등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격무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에게 당장 시급한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보니 원격의료 문제에 대한 체감도는 사실상 차이가 크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노환규 회장은 “대학병원 교수들도 현 의료제도 개혁을 둘러싸고 빠르게 의식이 확산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2014년 지난해 말부터 2, 3차 의료기관에 대한 경영압박의 수위가 높아졌다. 당장 올 초부터 현실화돼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그는 또한 “하반기에는 봉직의사를 포함해 교수들 처우 역시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를 얼마나 미리 전달하고 제도의 문제점을 홍보하느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투쟁을 서두르는 것과 좀 더 준비를 해서 비중있게 처음부터 강도높게 하느냐는 이견이 있어 총파업 출정식에서 자세한 사항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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