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파업 근원은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
권덕철 국장·김윤·박종훈 교수, KBS 일요진단서 토론
2014.03.09 11:57 댓글쓰기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의료계는 총파업 명칭)은 정부 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근본적 불신에서 출발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과 김윤 서울의대 교수, 박종훈 고려의대 교수는 9일 오전 KBS(한국방송) 일요진단에 출연해 의협의 집단휴진을 둘러싸고 각각 뚜렷한 견해를 피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휴진 시기에 대해 전문가별로 다소 의견이 갈린 가운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휴진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의료계에 파업 철회를 거듭 요구했다.

 

집단휴진 원인 놓고 의-정 분석 달라


우선, 김윤 교수는 휴진 결정에 대해 "의협이 파업에 나서 불편을 겪는 것은 안타깝지만 투표에서 70%가 넘는 회원 지지를 얻은 것은 의료정책에 대한 의사들 불만이 크고 좌절감의 예상보다 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권덕철 국장은 "불만이 있다고 해도 의사면허를 가진 전문인이 불법적인 집단행위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박종훈 교수는 휴진 취지엔 일정 부문 공감하지만 그 시기는 적절치 않다는 견해를 보였다. 박 교수는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들의 파업에 여론이 좋을리 없다. 그렇지만 직역군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위해 파업을 생각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행동은 의사에게도 굉장한 부담"이라며 "다만 지금 이 시점에서 의협의 파업 결정이 시기적으로 맞는지를 생각해보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휴진 시기에 의구심이 드는 것은 전체 의료계에서 파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시작부터 대형병원은 참여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파업 이슈에 대해 다른 견해가 있고, 준비가 잘 안 돼 있다"고 말했다.

 

권 국장은 휴진이 불법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의료발전협의회를 통해 협의한 결과를 의협 회장이 번복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 국장은 "의료계와 정부가 의료현안을 논의했고, 그 과정에서 내부 보고를 통해 승인을 받았다"며 "의료계에선 비상대책위원회 추인을 받았는데 노환규 장이 이것을 번복해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정부 추진 원격의료 불신 여전


휴진을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인 원격의료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의 시각차도 분명했다. 권 국장은 동네의원 중심으로 의료취약계층에 원 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계 우려를 고려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동네의원의 불안감을 키웠고, 정부가 제도를 홍보하는 과정이 미진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의협은 원격의료를 허용하면 동네의원이 고사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 정책 신뢰의 문제, 불신의 문제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정부는 원격의료를 말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하지만 원격진료와 일자리 창출은 별로 연관성이 없다"며 "왜 이런 얘기가 나왔는 지 개업한 의사들은 상당한 의구심을 가진다"며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깔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원격진료를 통해 편익을 말하지만 의료계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반대하는 이유는 (정부가)구체적인계획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노인이나 장애인 등이 스마트 기기를 잘 사용할 수 있느냐. 취약계층을 위한 제도임을 명확히 제시해야 불필요한 오해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산업부와 복지부가 시범사업을 진행했으나 원격의료가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라고 하기엔 충분한 결론을 얻지 못한 것 으로 안다"며 "지금 단계에서 정부는 법을 서두르고 일자리를 강조하기보다는 시범사업을 먼저하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원격의료가 일본에서 활성화되지 못했고, 의사들이 화상진료를 통한 오진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원격의료를 염려하는 것은 오진 등 진료상의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우리와 유사한 일본에서 원격진료가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의료접근성이 좋은 우리나라에선 정부의 정책 설명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불신이 쌓이게 된 것이다. 정부와 의사들도 예민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국장은 "그런 우려를 고려해 정부는 병원급에 원격진료를 허용하지 않고, 고혈압 등 52개 질환에 한정했다"며 "원격진료 목표 는 산간벽지 의료 소외계층에게 갑자기 질병이 발생하면 도와주려는 것이다. 강원도 횡성 등 시범사업을 한 곳에선 제도에 찬사가 많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의료법인 불필요한 논란 키워"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은 의료계 패널로 참석한 두 교수의 전망이 엇갈렸다.

 

김윤 교수는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은 환자가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권유받는 등 의료민영화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박종훈 교수는 자법인 설립은 대다수가 중소병원인 의료법인과 다른 법인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규제 완화 성격이라고 했다. 지금의 논란이 과하게 확대된 측면이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수가가 낮아서 의료기관이 비급여 수입이나 편법적으로 진료할 수밖에 없다. 자법인을 허용하면 결국 자법인을 통한 영리행위에 치중할 것"이라며 "환자가 불필요한 진료나 보조재료를 권유받는 일이 벌어진다. 결과적으로 의료민영화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대부분 대형병원은 의료법인이 아니고, 이미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며 "모든 병원에서 시행하지 않던 것을 (규제완화로)푸는 게 아니라 열악한 병원도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과도하게 해석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다른 입장을 보였다.

 

박 교수는 "의료의 질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너무 많이 간 얘기다. 의사들이 자법인이 생긴다고 해서 의료에 질까지 훼손할 것이라고는 생 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김 교수는 "경제 분야에서 대기업이 은행을 못하도록 금지하는 이유는 대기업의 사적 이윤을 위한 행동을 막기 위함"이 라며 "만약 세부적인 규제를 통해 의료기관의 부적절한 행위를 막을 수 있다면 사무장병원 등의 문제가 규제가 돼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학병원은 자법인을 통해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으면 잃을 게 많은 곳이다. 하지만 중소병원은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박 교수는 "거꾸로 생각한다. 다른 곳은 (자법인 설립을)다 하는데 중소병원만 못하는 것"이라며 "역으로 중소병원이 오히려 지역사회 평판에 민감하다. 지역사회에서 돈벌이에 치중한다는 소문이 나면 퇴출될 것"이라고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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