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1년이 지나 3월에도 의대생·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자 한의계가 잇따라 대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전공의 및 의과 공보의 빈자리를 한의사를 활용해 채우고, 공간이 부족한 의대 교육 인프라는 한의대 건물을 활용하라는 제언이다.
20일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 회장 윤성찬)는 "정부는 양의계에 더 이상 끌려가지 말고 지역·필수·공공의료에 최대한 빨리 의료인력을 투입할 방안을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한의협은 전공의·의대생 미복귀로 신규 의료인력 절벽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으니, 한의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에 따르면 3월 수련을 재개할 전공의 임용 대상자는 1672명으로 지난해의 12%에 그쳤다. 850명은 지난해부터 수련한 이들이고, 822명은 사직했다가 최근 지원한 전공의다.
3월 신학기가 개강했지만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자, 일부 의대는 이달까지 미복귀하는 의대생을 제적하고 이 경우 타학과생의 편입학으로 충원하는 계획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의협은 "현재 상황에서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사태가 악화일로에 접어들었음에도 정부는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의협은 지금까지 해결책으로 ▲'지역필수공공의료 한정 의사 제도' ▲한의과 공보의에 일차의료에 필요한 경미한 의료행위 허용 ▲한의대 정원 축소 및 남는 공간을 의대생 교육공간으로 활용 등을 제시했다.
지역필수공공의료 한정 의사의 경우 한의사에게 2년의 추가 교육을 실시해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 과정을 밟게 한 뒤, 지역의 공공·필수의료에 종사토록 하는 모델이다.
해당 모델에 대한 국민 지지도도 들고 나왔다. 한의협은 지난해 11월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64.8%가 이 대안을 찬성했다는 결과도 공개했다.
의과 공보의가 2023년 904명에서 2024년 642명으로 줄어드는 등 수급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한의협은 "의료취약지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한의과 공보의를 활용하라고"도 요구했다.
매년 1005명~1057명을 안정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한의과 공보의를 활용해, 현재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이 갖는 처방, 경미한 의료행위 등 진료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대 교육 인프라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의협은 한의대 정원을 6년 간 한시적으로 절반으로 줄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의대와 한의대가 같이 있는 학교는 한의대 공간을 의대 교육에 쓰고, 한의대만 있는 학교는 해당 공간을 인근 의대가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다.
한의협은 이처럼 한의사를 활용해 의사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한의협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보고서를 통해 밝혔듯, 한의사는 이미 한의대에서 의대 강의 내용의 75%를 배웠다"며 "한의사를 활용하면 빠른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정부는 양의사 눈치를 보며 가장 합리적 방안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더 이상 양의계에 끌려가지 말고 국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대체인력인 한의사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