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 '96% 반대'-여론조사-韓 '88% 찬성'
양단체, 의료기기 사용 관련 설문조사 객관성 결여…'특정답 유도' 지적
2015.01.28 20:00 댓글쓰기

“거짓말에는 세 종류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19세기 영국총리 밴저민 디즈레일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놓고 의사계와 한의사계가 갈등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대표단체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잇따라 발표하며 각 주장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5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설문조사에서 국민 96%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은 국민 88.2%가 찬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압도적 찬성과 압도적 반대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조사연구학회의 여론조사 보도지침에 따라 두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양쪽 모두 심각한 오류가 드러났다.


의협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반대 96%"


▲의사협회 측 설문조사 4번 문항


의협의 질문지를 살펴보면 응답자에게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은 법적으로 하자가 있으며, 건강보험료를 인상시킬 수 있다’고 주지시키고 있다.


2번 문항은 ‘현재 대법원 판결 상 한의사가 X-ray, 초음파영상진단장치 등 현대의료기기를 활용해 진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내용이다.


이어 4번 문항에서 '건강보험료 인상을 감수하더라도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더불어 의협은 10일 간 ‘의원을 방문한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총 1665명에게 응답을 받았다. 타 전문기관을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병원 내 방문 환자를 상대로 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조사 대상자가 무작위로 선정됐는지 여부다.


한국조사연구학회는 “과학적 여론조사를 수행하는 조사자라면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확률이론에 근거한 특정한 표집방법을 사용하지만, 비과학적 여론조사에서는 원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조사에 참여하도록 허용한다”고 설명했다.


한의협 "의료기기 사용 찬성 88.2%"


한의협 질문 중에는 ‘교육과정 상 문제가 없다’, ‘한의사가 보다 정확한 진료를 위해’라는 전제가 달려있다. 이는 응답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한의사협회의 설문조사 3번 문항


또 1번과 2번 문항에서 “한의사가 현대과학을 필수교육 과정으로 이수하고 있고, 현재 한의사가 관련 과목을 교육받았음에도 X-ray, 초음파영상진단장치 등과 같은 기본적인 의료기기를 활용해 진료할 수 없다”고 알렸다.


"객관성과 중립성 결여된 여론조사"


두 단체가 시행한 설문조사 모두 질의 내용과 순서가 교묘하게 구성돼 있었다. 각 질문의 뉘앙스와 문맥을 통해 응답자에게 특정 답을 유도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현재 두 단체는 상대의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앞서 의사헙회 신현영 홍보이사는 "한의협은 편향된 여론조사와 검증되지 않은 논리로 국민 건강을 단두대에 올릴 경우 큰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한의협 김지호 홍보이사는 “의협이 전문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모집단 등을 신중하게 검토한 것이 아니라 병원에 오는 환자를 대상으로 악의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고 맞받아쳤다.


한국조사연구학회 윤리강령에는 ‘조사대상자에 대한 책임’이 명시돼 있다.


조사자는 대상자에게 응답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또, 연구를 가장해 판매나 정치적 선거운동과 같은 다른 행위를 하거나 자신들의 연구를 거짓으로 기술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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