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만 전담하고 외래·수술 등은 포기하라고?'
부산대병원 조석주 교수 '응급의료법, 현실 무시한 정책'
2012.07.05 20:00 댓글쓰기

응급실 3년차 이상 레지던트 당직 의무화 법안이 전공의들의 반발에 부딪혀 재논의되자 이번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석주 교수[사진]는 5일 “2010년 말 대구에서 장중첩 소아와 뇌출혈 환자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전문의가 처음부터 진료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한다”고 운을 뗐다.

 

조석주 교수는 “정부와 국민은 의사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지만 의료체계는 국민, 병원과 정부의 3자간 균형에 의해 유지되며 고려할 사항도 많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병원에 입원하면 보호자의 간병이 없어도 진료가 진행된다. 바람직해 보이지만 미국병원의 병상 당 간호사 수는 우리나라의 9배에 이른다. 개인 파산의 절반이 의료비에 기인하는 미국에서 비용은 결국 국민이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 교수는 “불법 이민자가 많은 일부에서는 응급실 호출에 대해 전문의들이 연락이 두절되는가 하면 특정 주에서는 의료사고시 법정이 판결하는 배상금 액수가 과도하자 의사들이 다른 주로 이주, 배상금 한도를 제한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규모 작은 병원들은 더욱 악순환의 연속으로 내몰릴 것"

 

그러면서 그는 “국민은 가장 가까운 응급실에 가면 즉시 가장 뛰어난 각 진료과 전문의가 진료해 주기를 원하겠지만 병원은 막대한 의료자원을 투여해야 한다”며 현 상황의 맹점을 짚었다.

 

대학병원에는 30개가 넘는 진료과나 분과가 있고 진료과 별로 최소 4~5명이 있어야 24시간 체계를 유지할 수 있고 120~150명의 전문의를 응급진료에 거의 전담으로 투입하라는 의미라고 짚었다.

 

조석주 교수는 “이는 부산대학교 병원으로 치면 전체 전문의의 절반이 넘는 숫자”라면서 “전문의를 모두 합쳐 4~5명도 채 안되는 과도 있는데 야간 근무 다음 날은 쉬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래진료나 암환자 수술, 입원환자 진료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라는 의미”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 과정에서 병원의 수익은 줄고 당직비 부담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 교수는 “더욱이 규모가 작은 병원은 더욱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 현재도 응급의료 관련 진료과는 기피 대상이며,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면 부족한 의사자원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응급의료체계 구축의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보다 현실적인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조석주 교수는 “정부는 응급분야에서 가장 최우선적으로 국민과 병원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협조하게 하게 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의료전달체계 구축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 교수는 “응급실에서 신음하는 환자를 눈 앞에서 보고 있기가 괴롭다”면서 “스스로를 국민과 병원의 중재자라고 생각하고 있는만큼 정부가 편향된 시각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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