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몽골女 서울아산병원서 두번의 기적
시한부 간경화 말기 상태서 새 삶 찾고 득녀까지
2013.08.01 22:31 댓글쓰기

“제가 받은 간이식 수술이 몽골 현지에서 두 번째로 이뤄졌고, 간이식 후 출산은 몽골 최초라고 들었던 만큼 이 모든 것이 기적만 같고 항상 곁에 있어준 한국 의료진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감사합니다.”

 

“간투야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쁘다. 간이식 후 쉽지 않은 관리를 잘 해줘 오히려 우리 의료진들이 고맙다. 간이식을 받고 나서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간투야가 수술 후 꾸준한 관리를 한 덕에 건강한 딸을 낳을 수 있었던 것 같다.”

 

30대 몽골 여인 간투야(38세)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을 만난 것은 2011년 12월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간이식술 몽골 전수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두 번씩 몽골 현지를 찾아 간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의료진은 우연히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됐고, 상태 확인 후 곧 생체 간이식 수술을 결정했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을 만나기 전까지 절망 속에 갇혀 있었던 간투야씨는 간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간경화 말기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다.

 

지난 2007년부터 일본 도쿄에서 수의학 박사 학위 취득 후 연구원으로 재직했던 그녀는 2009년 일본에서 B형 간염에 의한 간경화 진단을 받게 됐다.

 

시간이 갈수록 증세는 악화돼 약물 치료만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남은 카드는 간 이식.

 

하지만 간 이식 본고장으로 꼽히는 일본에서도 그녀의 간 이식 수술 성공은 불투명했다. 수술비용도 부담스러웠다. 결국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2011년 가족이 있는 고향 몽골 울란바토르로 돌아왔다.

 

절망 속에 있는 그녀에게 손을 내민 것은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이었다. 의료진은 생체 간이식 수술을 결정하고 마침내 2013년 2월 몽골 현지 병원에서 간투야의 간 이식 수술을 시행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이승규 교수를 비롯한 외과・마취과 의사, 간호사 15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간투야 친언니의 아들인 바다르(23세)의 간 65%를 절제해 이식하는 15시간 30분의 대수술이 진행됐다.

 

다행히 수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의료진의 정성은 수술에만 그치지 않았다. 수술 후 서울아산병원의 모든 의료진은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간이식팀의 남궁정만 교수는 2주 동안 현지 병원에 남아 관리를 도왔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남궁정만 교수는 간투야씨의 건강을 세심하게 관리했다. 남궁 교수는 “간투야와 이메일을 통해 연락해왔다. 매월 혈액검사 수치를 내게 알려주면, 그에 대한 면역억제제 조절 등 이식 후 관리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상담해 왔다”고 전했다.

 

수술 후 점차 건강을 되찾은 간투야는 지난해 10월부터 몽골국립농업대학 연구소에서 일도 하며 다시 정상 삶을 찾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새 생명을 얻은 그녀에게 또 다른 생명이 찾아왔다. 바로 셋째 아이를 임신한 것이다. 사실 2004년 둘째 아들을 낳은 후 딸을 가지길 원했지만 간경화 말기였던 그녀에게 임신과 출산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래서 더욱 기뻤고, 또 불안했다.

 

간투야는 이번에도 남궁정만 교수에게 연락을 취했다. 남궁정만 교수는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의료진과 힘을 모아 태아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줬다.

 

체계적인 관리와 검사 덕분에 간투야는 올해 7월 23일 오전 11시 서울아산병원에서 몸무게 3.245kg의 건강한 딸 다디슈를 출산했다.

 

간투야는 “아기가 첫 울음을 터뜨리기도 전에 너무 감격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이렇게 간 이식을 받고 살아있는 것만 해도 기적과도 같은 일인데, 건강한 딸아이까지 얻을 수 있다니 너무 놀랍고 감사할 뿐이다. 몽골로 돌아가면 제 2의 인생이 시작될 거 같다”며 한국 의료진에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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