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한류(韓流) 바람 불어올까
2011.09.20 22:04 댓글쓰기
이사장 서울아산병원 송영기 교수
국제학회 미팅 위해 파리를 1박3일로 4번 다녀온 갑상선학 대가


일명 ‘착한암’으로 불리는 갑상선암.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고 실제 진료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환자도 많이 늘어났다. 건강검진이 일반화되면서 조기 발견에 따른 것이 가장 주된 연유다. 여기에 암질환의 크기를 놓고 벌인 전문가들의 난상토론이 촉매제로서 한 몫 했다. 이 부분에 일등공신을 꼽자면 바로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송영기 교수.[사진] 업(業)이 아닌 글을 일간 매체 등에 여러번 썼다. 그는 현재 대한갑상선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2년여 임기가 올해 말이면 끝난다. 학회 이사장을 수행하면서 아태갑상선학회 학술위원과 국제갑상선학회 학술위원도 겸하고 있다. 이사장 재직시 보람은 대내적으로 갑상선 질환의 저변확대를 들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학술대회에 한국 의사들의 참여가 늘어나는게 반갑단다.(실제 송영기 교수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송 교수는 지난해부터 올해 최근까지 프랑스 파리를 네차례 다녀왔다. 학술위원 자격의 국제학회 미팅때문이었다. 말이 여행이지 현지 호텔에서 1박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1박하는 사흘의 고단한 여정이다. 웬만한 사람이면 엄두가 나지 않는 일정이지만 묵묵히 송 교수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최근엔 국내 갑상선의 한류(韓流) 바람을 불러일으킬 디딤돌도 놓았다. 그를 만났다.[편집자주]

Q. 아시아 최초 갑상선암 전문가 양성코스를 개설했는데
A. 지난 9월1일부터 3일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사흘간 개최했다. 이 행사는 서울아산병원 원내 행사로 기획했다가 범주가 넓어지면서 대한갑상선학회 공식 학술프로그램으로 확대됐다. 처음에는 잘 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성과가 꽤 좋았다. 인도를 비롯 대만,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6개국에서 15명의 젊은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현지 학회에서 추천한 45세미만의 전도유망한 갑상선 분야 주니어 교수들이다.

Q. 강좌는 어떻게 진행됐나. 한국 젊은 교수들도 참석했다고 들었는데
A. 외국인 전문가 말고 국내 지방병원 등에서 15명 정도가 더 참석했다. 연자로는 주요 대학병원에서 27명의 교수들이 27개 세션에 발표자로 나섰다. 이들은 그동안의 경험과 최신 연구결과를 30분간 영어로 강의했다.(모든 발표가 영어로 진행된 것은 향후 국내 연구자들의 해외학회 발표시 도움이 될 것이다.) 갑상선암의 역학부터 진단, 조직검사, 수술 및 수술후 합병증 관리, 방사성 요오드 치료, 악성이나 재발된 암의 비수술적 요법 등 소위 갑상선암의 A~Z까지 훓었다고 보면 된다.

Q. 강좌 반응은 어땠고 향후 계획은
A.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았다. 참석 외국인 의사들의 열의 또한 대단했다. 강의가 끝나고 질문이 많이 나왔다. 실제 아시아권 대상의 학술대회에서는 질문이 많이 안 나오는데 의외였다. 교재를 더 달라고 하는 요청도 많아서 미안했을 정도다. 향후 이들 참석자들과 우리나라 의사들과의 인적 네트워크가 돈독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행사를 진행하면서 국내에도 알리지 않았다. 앞으로 재정적 문제만 해결되면 규모도 키워보고 싶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Q. 한국의 갑상선학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A.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갑상선암 진단 및 치료를 포함한 진료 프로세스는 결코 미국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본다. 전세계적으로 봐도 그렇다. 갑상선 관련 국제학술대회에 우리나라 의사들의 발표가 많아지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열린 갑상선 리뷰코스는 의미가 크다. 지역적 미팅으로는 괜찮은 효과를 봤다. 일본이 아시아 맹주를 자처하는데 일본 주도의 아시아나 아태 관련 교육 및 학회는 거의 없다.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한국이 갑상선학을 주도하면 차후 결실이 맺어질 것으로 본다. 강의 끝난 후 이들과 저녁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한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 드라마나 K팝 등 한류(韓流) 덕이 아닌가 싶다. 한국을 예전에 와봤던 사람들은 우리의 발전상에 정말 놀라움을 표했다. 이들이 나중에 자기 나라에서 소위 명의 자리에 오르면 그만큼 친교가 두터워진 한국에도 이점이 있지 않겠나 한다. 의료 한류(韓流)의 시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Q. 임기가 끝나가는데 향후 계획은
A. 학회 내부적으로 추진 중인 갑상선 질환 관련 진료지침 마련을 가급적 올해 안에 끝낼려고 한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연말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갑상선 질환에 대한 저변 확대에 맞춰 학문적 위상도 많이 높아졌다. 그런 차원에서 2020년 세계갑상선학회 한국 유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2014년까지 유치 여부에 대한 의향을 결정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갑상선 분야는 기부금 받기가 어렵다.(쓴웃음 지으며 실제 준다는데도 없다) 그래서 학회 원로 및 임원들과 이 부분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학회가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몇가지 더 해볼까 했는데 접었다. 연속 사업 및 신사업은 다음 이사장과 집행부가 진행해 나가게 될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여담(餘談)으로 송영기 교수의 프랑스 파리 여행담을 들었다. 여행담 이라기 보다는 고생담이 맞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었다. 부인이 “비즈니스도 아닌데 뭐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핀잔을 준단다. 그래서 물었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하세요? 송 교수가 웃었다. 그러더니 “국제학회 학술위원을 하면서 한국 의사들의 구연발표 같은 참여 기회가 많아지고 실제 많아진걸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게 다였다.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식지않은 학문에 대한 그의 열정이 강렬해서인지 오랫만의 만남 끝 헤어짐의 발걸음에도 기자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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