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상태 천차만별, 호스피스 적정수가 책정'
김시영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회장
2015.10.23 20:05 댓글쓰기

보다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권리, 국내에서도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확산되면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올해 7월부터 호스피스 의료도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해졌으며 현재 국회의원 다수가 웰다잉법,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연명의료에 관한 법률안'을 잇따라 발의했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기관으로서 타당성을 판단하기 위한 시범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과 괴리감은 적지 않다. 의료계에서는 국내 병원 현실에 맞춰 체계적인 제도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가운데 15년 전부터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알리고 제도화에 힘써온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주요 쟁점에 대해 학회 차원의 입장을 내놨다.

 

지난 20일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김시영 회장(경희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말기암 환자를 경험하고 호스피스를 케어하는 현장에서는 의료법과 관련, 여러가지 난제에 부딪히게 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회장은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 중 큰 틀에서 그 취지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한다"면서도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몇 가지 논쟁 사항이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대상 질환 확대 적용  ▲연명의료 결정 과정에서 환자 의사(意思) 추정 ▲요양병원을 완화의료전문기관으로 지정하는 문제 등이 꼽힌다.

 

김 회장은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을 살펴보면 '말기환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돼는데 이는 굉장히 포괄적인 용어이고 식물환자도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요양병원에 장기입원 중인 뇌졸중 환자는 언제 사망할지 예측이 어렵고 의식불명인 상태이므로 전인적인 통합케어를 제공하는 '호스피스 대상'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이런 환자들에게 동일한 호스피스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게 되면 호스피스 고유영역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대상 질환을 확대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고유 목적에 적합한 질환에 한해 확대해야 한다는 게 학회 입장이다.

 

여기에 법률안에서 다루는 '환자의 연명치료 결정에 대한 의사 확인 방법'에 대한 논란도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환자가 사전에 작성한 의료질의서가 있을 경우가 아닌 해당 환자의 의사 자체를 파악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어서다.

 

김 회장은 "신상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 내용에는 '가족이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해야한다'고 돼있는데, 이는 실제 현장에서 거의 불가능하다. 가족들이 대리 작성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면, 김재원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는 ‘환자 가족 2인 이상이 '진술'해야 한다’고 돼있는데 이는 현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내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 의사 추정 관련해서는 논란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장에서 쉽게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법안이 추진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양병원을 완화의료전문기관으로 지정하는 데 있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회장은 "전국에 호스피스 병상 수가 부족한 실정이므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우선돼야한다"며 "복지부는 요양병원을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나 과연 현재 우리나라 요양병원이 준비가 된 상태인지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부실 요양병원을 둘러싼 사건들도 있지 않았느냐"며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위한 시설과 인력을 제대로 갖춰야한다. 특히 인력에 대한 교육은 한 두달로 되는 게 아니다.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호스피스 의료완화전문기관으로 전환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시켜야한다. 그 결과를 보고 타당성, 적합성 여부를 면밀히 따져야한다"며 "성급하게 이뤄질 경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우리나라는 이제서야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화에 발을 들였다. 제대로 활성화하려면 법(法)이 수반돼야하는데 문제는 연명치료에 대한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 제한적으로 마련될 경우"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좋은 취지에서 벗어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고 환자도 유입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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