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의료규제 완화 신호탄 쏘아 올린 정부
병원 부대사업 확대·외부자금 수혈 등 향후 의료산업 투자활성화 기대
2013.12.13 20:00 댓글쓰기

정부가 13일 발표한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은 비록 제한적이지만 의료기관이 외부 자금을 투자받을 길을 열어줬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자법인을 설립해 부대사업을 확대하고 외부 투자를 받으라는 것과 의료법인 간 합병(M&A) 허용이다.

 

상급종합병원의 외국인 병상규제 기준을 현행 5% 미만에서 12%로 확대하는 등 의료산업화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병원계에선 상당한 규제 완화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하려다 좌초한 사업이 포함돼 BT(바이오 기술)에 주목하는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병원계 반응 온도차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은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규제 완화 측면에선 상당히 진전된 결과다. 자법인 설립과 의료법인 합병, 상급종합병원의 외국인 환자 병상규제 완화, 신의료기술 조기 시장진입 등은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박근혜 정부가 의료산업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료기관이 자법인 설립으로 부대사업을 확대하고 수익을 올릴지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돈줄이 열린 것은 분명하다. 당장 의료기관이 숙박업 등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졌다. 의료계에 금기시되던 합병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당장 정책의 수혜자인 병원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단체별로 미세한 온도차가 확인된다. 대한병원협회는 일단 환영한다고 했다.

 

이계웅 병협 상근부회장은 "부대사업 확대와 합병, 외국인 환자 유치 등은 병원계가 기대하는 부문"이라면서 "규제 완화를 통한 산업투자는 기본적으로 바람직하고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다만 실질적으로 정책이 작동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자회사 설립 건은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며 "정부는 산업화를 강조하면서도 안전장치 등을 마련하겠다고 해 다소 고민되는 부문"이라고 덧붙였다.

 

중소병원계는 신중한 입장이다. 정책이 중소병원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백성길 대한중소병원협회장은 "이번 제도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평을 내놨다. 백 회장은 "이번 대책은 자회사를 통한 자본 투자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인데, 중소병원 입장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다소 냉정한 평가를 했다.

 

그는 "주식이나 채권 발행도 결국 자금력이 필요하므로 향후 사안을 지켜봐야 한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수가체계를 바꾸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늘리는 등 기본원칙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의 큰 줄기인 자법인 설립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의지 불구 여야 합의 안되면 무용지물"


정부의 의료산업화 활성화는 입법을 전제하지 않는 한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법인 설립, 합병 등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현실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따르는 이유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국회를 통한 법 개정이 있어야 한다. 환자진료를 제외한 부대사업에 한한 외부자금 유치라고 해도 결국 관련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어렵다.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18대 국회에도 현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추진된 바 있다. 이를 위해 복지부가 국회를 돌며 야당을 설득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이런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산업화 규제 완화는 의료민영화를 우려하는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를 설득하지 않고는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번 정책에 근본적으로는 비판적이다. 일부 사안에는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국민적 동의를 얻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어쨌든 의료를 영리화하겠다는 것은 분명하다. 일부 개별적인 사안은 허용이 필요하지만, 의료기관의 부대사업 확대는 환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책을 관철하려면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무엇보다 기재부가 의료 관련 규제 완화를 주도하는 것은 심각한 월권행위이자 현 정부의 철학부재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의료산업화에 지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양균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정책이 영리병원 전초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도 "의료법인이 여전히 규제에 발이 묶여 정작 개인병들이 더 관심을 나타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법인 관련 후속조치가 발 빠르게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 관련 법 정리가 이뤄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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