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일주일···문화가 바뀌는 병원
진료·입원청탁 줄고 '선물 금지' 안내판 비치···제약 등 영업사원들 몸조심
2016.10.06 06:55 댓글쓰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사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병원계에도 청탁이나 접대문화는 일단 겉으로는 많이 줄었다. 꺼림칙한 일은 안하고 보자는 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빅5 등 서울 유명 대학병원은 진료나 입원, 검사 등을 원래 순번보다 빠르게 진행해 달라는 청탁이 빈번하게 들어왔지만 법 시행 후에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김영란법 시행 1주일이 지난 병원에 많은 변화가 생긴 것으로 감지됐다.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는 주요 병원 곳곳에 “우리 병원은 김영란법을 적용받는 공공의료기관입니다. 외래진료, 검사, 입원관련 부정청탁은 금지, 감사의 선물도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문구가 비친된 것이다. [사진]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은 물론 서울아산병원, 고대의료원, 이대목동병원, 아주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이 병원 로비와 진료실, 병동 등에 안내문을 배치했다.
 

고대의료원은 오해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기존 ‘빠른 예약’을 ‘간편 예약’으로 변경하고,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 부서별로 세부교육도 진행 중이다. 또 법무팀 자문을 받아 내부 포털 사이트에 Q&A를 게재했다.
 

아주대병원은 교직원전용 게시판에 내부고발용 신고센터를 마련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과 원자력병원은 전직원이 금품수수 및 부정청탁 금지 서약서를 작성했다.
 

인제대 백병원(서울, 일산, 상계, 부산, 해운대) 역시 교직원들의 법률 위반 예방을 위해 청탁금지법 교육과 법규 준수를 다짐하는 청렴선포식을 개최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법 시행 전부터 내부적으로 청탁을 금지해 왔다”면서 “앞으로 더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로 특히 시범케이스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병원 규모가 크지 않아 환자와 의료진간 친밀도가 높은 편이다. 때문에 평소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경우가 있어 안내문을 부착했지만 음료수 등의 작은 선물을하는 환자들이 있어 전면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대형병원 홍보실 한 관계자는 “다들 조심하자는 분위기다. 기자들 민원도 많이 줄었으며 특히 식사나 술자리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회사명 노출 종이가방 지참하고 병원 출입 금지 등 바짝 움츠러든 산업계

‘00제약’, ‘00약품’ 등 제약회사 로고가 찍힌 종이가방을 들고 병원을 방문하던 제약사 직원도 보기 힘들어졌다. 일부 제약회사는 병원 등 의료기관 출입 시 자사의 로고가 찍힌 종이가방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한 제약사 PM은 “평소처럼 회사 종이백을 들고 병원을 방문했는데 갑자기 ‘찰칵’하는 소리에 당황했다”면서 “병원 이용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소리였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일명 ‘란파라치’가 유행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때 실감했다”고 말했다. 
 

의료관련 산업계는 이미 리베이트 쌍벌제와 공정경쟁규약,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에 이어 김영란법까지 시행되면서 잔뜩 움츠러든 상태다.
 

때문에 김영란법 시행 전부터 내부 교육을 강화하고 가이드라인 핸드북을 제작해 배포하는 등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아직 명확치 않은 기준들로 시범케이스에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해 올 연말까지는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특히 김영란법은 범위와 해석 등 법적용을 놓고 혼선이 계속되고 있어 일부 제약사에서는 ‘시범케이스에 적발되지 말라’는 특명이 내려오기도 했다.
 
A제약사 홍보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이전부터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만나야하는 사람들이 있어 지난 주 까지만 일정을 잡았고 올 연말까지는 자제할 계획”이라면서 “시범케이스에 걸리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B제약사 관계자 역시 “예외규정이 있지만 명확치 않은 기준과 범위 때문에 어떤 식으로 걸릴지 몰라 조심해야 한다”면서 “몇몇 판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자체하고 이후 상황에 맞춰 활동하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C제약사 관계자는 “CP교육도 강화하고 가이드라인 핸드북이 배포됐지만 여전히 혼동스럽다”면서 “연말까지는 몸을 사려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번 김영란법 시행과 관련해 이미 제약회사들은 내부 교육을 강화, 규정집을 만들어 배포하고 사전에 부정을 차단하는 전산시스템 등을 도입했다.  

대웅제약은 김영란법 내용이 반영된 CP 개정판을 발행하고 문답식 가이드북을 제작하는 등 직군별 맞춤교육도 병행하고 있으며, CP 항목 증빙 관리 시스템인 '스케닝센터'를 구축한다. 
 

동아에스티도 김영란법을 적용한 사내 가이드라인과 전산시스템을 가동했다.

종근당은 부서별 규정을 적은 핸드북을 제작해 배포하고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간 두 차례 시험을 치를 계획이다.
 

한미약품도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의사, 공직자, 언론인 등을 만날 때마다 접촉 목적과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을 기록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특히 주요 영업 활동 대상인 의사에 대해서는 별도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군소업체가 많은 의료기기 업계는 제약업계 만큼 엄격하지는 않지만 역시 조심하자는 분위기다. 

지난 9월29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글로벌 기업 GE는 호텔이 아닌 사옥에서 행사를 진행했고 김영란법에 맞춘 점심도시락를 준비하는 등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D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회사 법무팀 소속 변호사와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통해 김영란법에 대한 사례별 교육을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직원들에게 김영란법에 대한 경각심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E사 관계자는 “법 시행 전부터 관련 내용을 지침 또는 책자를 통해 직원들에게 알렸으며 5일 변호사를 초빙해 전직원 대상 교육을 펼쳤다”면서 “직접적으로 공직자를 상대하지는 않지만 예방·방지 차원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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