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K-의료’가 다시 날개를 펼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외국인 환자가 약 25만명 유입되며, 정점을 찍었던 2019년에 비해 절반 수준까지 회복했다.
한국은 높은 의료 수준에 비례해 저렴한 의료비로 미래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전망이 밝다. 하지만 양적 성장의 한계를 대비, 질적 향상을 위한 선진 의료기술 발전이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가운데 차병원 차국제병원(원장 김영탁)은 지난 27일 경기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제1회 글로벌 헬스케어 및 의료관광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선진의료 헬스기술로 중입자 치료를 비롯해 줄기세포 치료, 면역세포 치료, 난임 의학 기술 등 4가지를 제시했다.
김영탁 차국제병원장은 “세계적으로 관심 받으면서 우리나라 기술이 해외에 진출했을 때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주제들로 추렸다”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의료법 제27조 개정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지난 2022년까지 192개국 327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환자가 한국을 찾았다. 이들의 총 지출액은 3조331억원으로 추정된다.
홍승욱 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전략단장은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서 “세계 톱티어 의료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선진국 대비 저렴한 의료수가를 형성하고 있다. 또 신속한 진단과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IT 등 첨단 의료인프라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부과와 성형외과 진료를 필두로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이 우상향을 보여주고 있지만 앞으로 양적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를 고려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중증 환자들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선진 의료기술로 꼽히는 중입자 치료는 탄소나 헬륨과 같이 무거운 입자를 가속해 암세포를 표적 제거하는 방사선 치료다.
연세암병원이 국내 최초, 세계에서는 16번째로 도입해 올해 4월 첫 번째 환자를 치료했으며, 현재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에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이익재 연세암병원 센터장은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해 간, 폐 등 기관의 기능 저하를 막아주면서 암을 치료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기존 방사선 치료가 잘 안 들거나 재발하는 케이스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장점을 설명했다.
이어 “올해 4월부터 하루에 14~18명씩 총 122명의 치료를 마쳤으며 아직 큰 부작용은 없었다. 중입자 빔을 360도 회전하며 쏘는 치료기(Gantry)도 내년 상반기에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줄기세포 치료는 손상된 조직이 더 이상 정상적으로 재생되지 않을 때 적용할 수 있는 재생의료의 대표적 치료법이다. 줄기세포를 주입해 손상 부위 재건을 유도하거나 직접 분화해 손상 부위를 대체한다.
이경진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상무는 “병변을 제거하는 기존 의약품으로는 치료가 안 되는 희귀·난치성 질환의 발생에 더해 고령화가 맞물려 재생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상무는 ‘미니 장기’라고도 불리는 오가노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줄기세포를 배양하고 조직화해 신체 조직과 유사한 기능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이를 체내에 생착하는 것이다.
이 상무는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오가노이드를 개발해서 쥐와 돼지 등 동물모델에 이식한 결과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올 하반기에는 처음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투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주호 차의과대 교수는 면역세포 치료 중에서도 NK세포 치료를 소개했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암은 면역력 저하로 발생한다. 다양한 면역세포 중에서도 NK세포는 최전방에서 싸우는 특공대로, 체내 바이러스나 암으로 인해 정상에서 벗어난 세포를 빠르게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병원·바이오그룹에서 5명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환자의 세포를 채취한 뒤 NK세포를 생산해 치료한 결과, 3명에서 암이 완전히 사라졌고 2명이 부분가능, 즉 질병 억제 효과가 나타나는 등 객관적인 치료 가능률이 100%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컨퍼런스에서는 차병원 시그니처인 난임의학 기술도 발표됐다.
여성이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나이는 18~31세로 알려졌지만, 국내 결혼 정년기가 늦어지며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이 31살로 높아지면서 난임 의학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이경아 차병원 생식의학본부 본부장은 “세계적으로도 10년 전에는 10명 중 1명이 난임을 겪었지만, 이제는 6명 중 1명꼴로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시험관아기 시술에는 난자를 얼리고, 녹이는 기술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차병원은 장기간 52%의 임신율을 꾸준히 유지하는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는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차순도 보건산업진흥원장 등 보건의료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차병원·차바이오그룹의 차광렬 글로벌종합연구소장과 차원태 사장 등도 마지막 세션까지 자리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