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지역별 병상총량제 도입 필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다각적인 셈법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각각 ‘지역별 유형별 의료기관 수급분석Ⅰ’, ‘의료이용을 고려한 지역별 필요병상 추계’ 연구를 자체 진행하고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다.
건보공단은 큰 틀에서 300병상 미만 진입 억제 등 정책 설계를 진행 중이며 심평원은 수요·공급에 따른 필요병상 추계 방법론 등 세부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연구가 동시에 진행된 이유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의료공급체계에 대한 개혁 없이 수가만 보전하는 방식으로는 재정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병상자원이 많은 국가로 양적 과잉 문제와 함께 지역별 의료기관 배치 불균등성을 나타내고 있다. 결론은 지역별 병상총량제를 도입해 적정수준의 의료공급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3년 병상 24만개 과잉
건보공단의 ‘지역별 유형별 의료기관 수급분석Ⅰ’ 연구에서는 2011~2017년까지 병상 수 연평균 증감률을 산출하고 그 결과를 2023년까지 적용했다.
그 결과, 2023년경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1만8000병상 부족’, 300병상 미만 병의원 ‘6만6000병상 과잉’, 요양병상 ‘20만병상 과잉’, 재활병상 ‘1만5000병상’ 부족으로 진단됐다.
즉, 의료기관 유형 중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재활병상의 경우 부족했고 300병상 미만 병의원과 요양병상의 경우에는 과잉공급으로 예측됐다. 전체적으로 24만개의 병상이 과잉공급될 것으로 추계됐다.
중장기적으로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재활병원의 추가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전반적 과잉 공급현상을 고려해 신규개설보다 기존 300병상 미만 병의원과 요양병원의 기능전환 또는 기능 강화가 주요과제로 설정됐다.
지역별로도 수급차가 존재하지만 유형별 공급 상태를 고려한 수급계획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건보공단 정책연구원은 “우선 의료법 개정을 통해 300병상 미만 병의원과 요양병원의 신규진입을 제한하고 기존 의료기관의 경우 지역의 수급상황에 맞게 기능강화, 기능전환 또는 퇴출될 수 있도록 기본 방향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시간 고려 지역별 필요병상 추산
심평원의 ‘의료이용을 고려한 지역별 필요병상 추계’ 연구에서는 행정구역을 기반으로 의료이용을 결정하는 요인과 지역의 경계를 넘어가는 원인을 파악해 지역별 병상규모를 결정하는 방식을 고민했다.
주목할 점은 특정 지역에서 30분 또는 1시간 이동거리를 감안해 의료생활권을 설정하고 의료공급의 과잉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서울시 종로구의 경우, 30분 범위 내 의료생활권에는 병상과잉지역 4개(종로구, 강남구, 동대문구, 영등포구), 병상과소지역 2개(마포구, 용산구 등), 적정지역 12개 지역이 포함됐다.
종로구는 지역 내에서는 거주인구 1000명당 4.86병상을 줄여야 하는 병상과잉지역이지만, 30분 내 의료생활권을 고려하면 병상이 과소수준인 의료생활권 내 위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다시 1시간 이내 범위로 확장한 경우에는 해당 지역 수요측면 필요 병상이 1203병상 과잉인 의료생활권으로 나타났다.
즉, 지역별 병상의 적정규모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특정 시간이 주요 지표로 활용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론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소는 “기존 공급자 중심의 진료권에서 거주자 중심의 의료이용범위로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지리정보를 통한 행정구역의 공간정보는 의료이용과 상관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1단계로 지역병상규모 기반 병상공급수준을 진단하고 2단계 의료생활권 내 병상공급수준 진단으로 병상공급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이 구조는 상위 행정단위(시도 및 전국), 권역 등에도 유연하게 적용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