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미국 제약·건강용품 업체 존슨앤드존슨이 발암 논란을 일으킨 자사 베이비파우더 제품의 제조물 책임에 대한 배상금으로 89억달러(약 11조7천억원)를 내겠다고 제안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제품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를 다루기 위해 2021년 설립한 자회사 'LTL매니지먼트LLC'의 파산보호를 재신청하면서 이러한 배상 계획안의 승인을 법원에 요청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법원과 다수의 소송 당사자들이 이런 파산 계획안에 동의하면 존슨앤드존슨은 지난 수년간 이어져 온 베이비파우더 제품 소송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파산법은 파산보호 승인 요건으로 배상 청구인의 75% 이상 동의를 요구한다.
소송을 이미 제기했거나 준비 중인 약 7만명의 원고를 대리하는 법률회사 그룹은 이번 합의안에 대해 지지 입장을 밝혔다.
소송은 소비자들이 이 회사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하다가 암에 걸렸다며 제품 원료인 활석 성분에 포함됐을 수 있는 석면을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제기됐다.
존슨앤드존슨은 자사 제품에는 발암 물질이 포함돼있지 않다고 부인하지만, 일부 소송에서는 패소했다.
이번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제조물 책임에 따른 손해 배상금으로는 손에 꼽힐 만한 대규모라고 WSJ은 전했다.
다만 이는 흡연 피해 소송에 대해 담배 회사들이 1998년 합의한 2천60억달러나 의약업체가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문제와 관련해 타결한 500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한다.
비교적 최근에는 제약사 바이엘이 지난 2020년 제초제 '라운드업' 소송을 해결하고자 110억달러의 배상금에 합의한 바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이번 계획안에서 제시한 89억달러의 배상금은 현재 가치 기준이어서 25년에 걸쳐 지급될 명목 가치는 120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배상금 제안은 기금을 조성, 배상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자회사의 파산보호 신청이 기각되자 재신청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존슨앤드존슨은 이미 상소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으며 재심리 요청이 지난달 거부당하자 대법원 심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사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문제의 활석 성분 베이비파우더 제품 판매를 이미 중단했으며 다른 지역의 판매도 연내에 종료할 계획이다. 활석 성분 대신 옥수수 전분 성분의 제품도 생산 중이다.
또 존슨앤드존슨은 베이비파우더와 진통제 타이레놀 등 소비자·건강사업 부문을 떼어내 켄뷰(Kenvue)로 불리는 독립 법인으로 분사시킬 계획이다.
사업 분할 뒤에도 존슨앤드존슨에는 의약품과 의료장비 등 주요 사업이 남아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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