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알츠하이머병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백신이 쥐 실험에서 뇌 조직의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염증을 감소시키고 독성 세포를 제거, 행동과 인지 능력 개선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준텐도대 의학대학원 제룬 샤오 박사팀은 31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심장협회(AHA) 기초 심혈관학회에서 노화 관련 당단백질(SAGP)을 발현하는 노화 세포를 제거하는 백신을 알츠하이머병 쥐에 투여, 이런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예비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염증성 뇌세포를 표적으로 한 새로운 백신이 잠재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지연시킬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서 SAGP 발현 노화 세포를 제거하는 백신을 개발, 실험 쥐에서 죽상동맥경화증과 제2형 당뇨병 등 노화 관련 질병의 개선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SAGP는 중추신경계의 면역 방어에 중요한 뇌 미세아교세포와 가까운 곳에 있으며, 미세아교세포는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염증도 유발해 신경세포를 훼손하고 인지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SAGP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신경교세포에서도 많이 발현되는 점에 착안, 이 백신을 SAGP가 과발현된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에 투여하고 뇌 신경세포 변화와 행동·인지능력 변화를 관찰했다.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베타에 의한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시뮬레이션하는 실험모델 쥐를 만들고 생후 2개월과 4개월 된 쥐를 각각 2개 그룹으로 나눠 SAGP 백신과 위약을 접종했다.
그 결과 SAGP 백신 그룹은 위약 그룹보다 언어처리, 주의력, 문제 해결 등을 담당하는 대뇌 피질 영역의 뇌 조직에 아밀로이드 베타가 침착되는 것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백신 그룹은 뇌에 가장 많은 신경교세포의 하나로 염증 분자의 일종인 성상교세포 크기가 줄어들고 다른 염증성 생체지표도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SAGP 백신 투여로 뇌의 염증이 개선됐음을 시사한다.
이어 생후 6개월 된 쥐를 대상으로 한 미로찾기 실험에서는 백신 그룹이 위약 그룹보다 환경에 훨씬 더 잘 반응하고 인식했으며, 정상적이고 건강한 쥐처럼 행동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샤오 박사는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해 다양한 백신을 사용한 이전 쥐 연구에서도 아밀로이드 플라크 침착과 염증 인자 감소가 확인된 적이 있지만 이 연구는 쥐의 행동과 인지기능까지 개선됐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과제는 인간에게도 유사한 결과를 얻는 것"이라며 "이 백신이 사람에게서 성공할 수 있다면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심지어 예방하는 데 큰 전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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