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종자 활용 백신 플랫폼 바이오앱 상장이 무산됐다. 예비심사 미승인에 스팩(SPAC) 합병이 공식 철회됐고, 투자자들도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가 투자한 바이오앱(대표 손주은)은 한화플러스제4호스팩과 합병상장 계약이 해지됐다. 바이오앱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심사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한화플러스제4호스팩은 “바이오앱과 합병상장 예비심사에서 미승인 통보가 접수됐다”면서 “계약을 해지하고 향후 예정된 모든 합병 사항을 취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오앱은 당초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했으나 수차례 기술성 평가에서 고배를 마셨고, 금년 2월 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은 결국 스팩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합병가액은 5780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900억원으로 스팩이 보유한 약 120억원의 현금 유입도 기대됐다. 하지만 거래소에서 최종 ‘미승인’으로 계획이 전면 백지화됐다.
한미사이언스·포스코 등 회수 난항···누적 투자 300억
2011년 설립된 바이오앱은 식물(담뱃잎) 기반 돼지열병 백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주목받았다.
바이오앱은 식물을 이용한 단백질 고발현 및 분리 정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성장 인자 등 오가노이드에 필요한 재조합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식물기반 재조합 단백질 제조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고, 현재 배양육 배지용 성장인자 및 재조합 단백질을 생산하여 배지 및 배양육 업체들과 협업 중이다.
지난 2021년 돼지열병 백신 '허바백 돼지열병 그린마커(이하 허바백)'을 출시했다. 순수 국내 원천기술로 개발한 세계 최초 식물 플랫폼 기반 양돈용 백신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포스텍, 경희대 등과 ‘식물을 활용한 두창/엠폭스 백신 초장기 비축기술 개발’ 공동연구도 진행 중이다.
특히 코로나19 그린백신 가능성에 주목한 한미사이언스는 바이오앱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업계에 따르면 한미 측은 그린바이오 산업에 관심이 있었고 2020년 8월 45억원을 투자했다.
한미사이언스는 5.46% 지분을 취득했고, 올해 3분기 기준 4.94%를 보유 중이다. 당시 바이오앱의 투자 전(前) 기업가치를 780억원 안팎으로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초 바이오앱은 주당 3500원 기준, 기업가치를 355억원으로 낮춰 신주를 발행, 보유 지분 가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적자 지속으로 현금 부족 심화
바이오앱은 2023년 59억원, 2024년 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매출은 13억원, 16억원에 그쳤다. 누적 결손금은 326억원으로 재무적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
상장 예비심사의 경우 안정성 및 사업성, 기술성 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생길 경우 상장 지연 혹은 미승인 처분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 측은 “사업성, 시장성 등 정량평가가 가능한 지를 보고 평가하기 때문에 상장이 늦어지거나 이견이 생기기도 하고, 일부는 미승인이 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번 상장을 통해 투자 회수 시점만 기다리던 다수 재무·전략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우회 상장도 어려워져 사실상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바이오앱의 추가 자금조달 및 파트너십 유치 여부에 업계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