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 의사가 본 지역 일차의료 혁신시범사업
강태경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
2026.08.03 05:52 댓글쓰기

[특별기고] 내과 의사 선배와 같이 16년째 동네 의원의 공동원장을 맡고 있다.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많아 80% 이상의 환자들은 수십 년째 동네 단골들이다. 


진료 중 환자분들은 “우리 주치의 원장님”이라고 불러 주신다. 당연히 나 역시 우리 환자분들 주치의라 생각하고 진료를 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가 형식적인 주치의 제도를 하지 않지만 만성병과 퇴행성 질환을 다루는 대다수 의사들은 동네 원장으로서 실제적 주치의 역할을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은 고사하고, 저수가로 인한 진료 왜곡과 이에 따르는 의사 과로가 만연한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 작년 12월 건정심에 보고된 ‘일차 의료 혁신사업안’ -혹자는 ‘한국형 주치의’ 제안 또는 내과 의사들은 ‘단골 의사’ 제안이라 지칭-은 우려스러운 점은 있지만, 액면만 봐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점이 있었다.


1996년 주치의 등록 사업 등 여러 차례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지원이 부족해 시작도 못한 채 사업이 미끄러졌었다.


그러나 2025년 12월 보고안은 기본 진료 요소의 통합 보상 산출이 나름 합리적인 부분이 있고, 검사·처치·재활 등 행위별수가제의 예외적 유지를 보장했다.


지난 이십 년간 대형병원들에 눌려 건강보험에서 의원급 지분이 반으로 축소됐고, 그로 인해 의원 경영 환경 악화는 계속된 상황이다. 그래서 혁신사업안은 전통 진료를 하는 의원 존속 활로처럼 보였다.


"기존 행위별수가제 전제 아래 정액 보상 강화 필요"


그러나 지난 7월 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 참여기관 공모안은 달라졌다.


선택으로 행위별 수가제가 있긴 하나 HCC(Hierarchical Condition Category) 기반 통합 수가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시범사업 성과지표에 유출률을 포함시켜 의원 간 협력·의뢰·회송 체계를 위축시킬 문제 등을 내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7월 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런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충분한 의견 수렴과 이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방향의 제도 재설계 과정을 거쳐 시범사업을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의협의 일차 의료 혁신 시범사업 전면 재검토 요구는 완곡하지만 명확한 거부의 내용이라 본다. 중요한 건 많은 회원들이 그 입장에 동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인도 이런 의협의 입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 이후 의협의 세부 대응은 회원들에게 커다란 혼란을 주고 있다.


개인 회원들이 이번 시범사업 참여에 대해 의협에 문의했을 때, ‘개별 회원이 소신으로 참여하는 것을 단체가 막을 수는 없으니, 협회가 통합수가 모형에 반대하는 만큼 해당 모형 참여는 지양’하라는 것이다. 이건 전면 재검토와는 좀 다른 내용 전달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동네 의원 환경을 생각할 때 일차 의료혁신 시범사업을 의협 입장에서 완전히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어디까지나 시범사업이고 그 진행도 의원급은 100여 곳으로 참여가 적어 그 진행 평가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누군가는 현장과 괴리된 곳에 있는 정책 진행자들에게 의견 전달을 제대로 해주고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의협 입장은 회원들에게 분명해야 한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의 한국형 주치의제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다.


기존 행위별수가제를 기본 전제로 유지하면서 만성질환자에 대한 정액 보상 등을 강화하고, 환자가 자유롭게 원하는 주치의를 등록·변경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모든 진료과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하며, 영국처럼 단순히 인두제로 전환하는 것은 반대이다. 정부는 초기 투자 비용이 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확신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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