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애용하는 건강기능식품은 홍삼이다. 전체 건강기능식품 매출액의 무려 36%를 차지하며 3년 연속 1위를 지켰다. 홍삼 애호가들은 "면역력이 강해져 잔병 치레를 하지 않게 되고, 각종 생활습관병과 암까지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극찬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비싸기만 하고 아무런 효과도 없거나 심지어 부작용만 생긴다"고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도 있다. 홍삼의 효능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방에서는 '체질'의 문제로 본다. 기본적으로 열(熱)이 많은 약재여서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사람이 복용하면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체질개선클리닉 김선형 교수는 "대체적으로 소음인에겐 홍삼이 잘 맞고 효과도 좋지만 태음인에겐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소양인과 태양인이 홍삼을 복용하면 열이 너무 올라 도리어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학적으로는 '사포닌 분해 효소'의 차이로 설명된다. 인삼의 주요 약리성분인 '사포닌'은 사람의 장내 서식하고 있는 '프라보텔라오리스'라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야만 몸 속에 흡수돼 그 효과가 나타나는데, 사람마다 이 미생물 보유량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2004년 한국식품영양과학회에 보고된 '한국인의 장내 미생물에 의한 사포닌 분해 능력의 개인차'란 논문에 따르면 한국인 중 37.5%는 사포닌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아예 없거나 효소 성분 중 일부가 결여돼 사포닌을 제대로 분해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나머지 62.5%의 사람들은 사포닌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있지만 보유량에 있어서는 개인차가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김재백 박사(전 원광대 약대 교수)는 "한국인의 37.5%는 아무리 홍삼을 많이 복용해도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포닌 분해 효소가 아예 없거나 적은 사람은 홍삼을 먹지 말아야 할까? 이런 사람은 이미 분해된 사포닌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즉, 발효된 홍삼(홍삼을 발효시켜 장내 미생물의 사포닌 분해 과정이 없어도 사포닌을 흡수 가능하게 한 홍삼)을 섭취하는 것이다. 현재 발효된 홍삼은 대상웰라이프의 홍의보감, 유니베라의 홍삼액골드, 김정문 알로에의 자운비 등이 있다.
또한 집에서 발효 홍삼기기를 이용해 발효홍삼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2006년 군산대 전승기 박사가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발효홍삼과 일반 홍삼 A, B 각 1g에 든 사포닌 대사물(흡수 가능한 사포닌)의 양은 발효 홍삼이 6.89㎎, 일반 홍삼A와 B가 각각 0.32㎎, 0.41㎎였다.
일반 홍삼이나 백삼의 경우 섭취률을 높이기 위해서 식후 4시간 내에 먹는 것을 삼가야 한다. 식후에는 장내 미생물이 식사를 통해 들어온 당을 먼저 분해하기 때문에 식후에 홍삼을 먹으면 그만큼 분해가 덜 되므로 흡수율이 떨어진다. 또한 홍삼을 먹을 때는 카페인, 혈압약,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제), 정신병치료제 등을 같이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홍삼이 혈압과 신경에 항진(亢進)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들 약과 같이 먹게 되면 약효가 너무 강해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 홍삼은 수삼(水蔘)이나 백삼(白蔘)보다 약리효과가 뛰어날뿐아니라 장기 보관도 용이 하다. 대상 웰라이프 제공
홍삼과 인삼, 어떻게 다른가
홍삼(紅蔘)은 가공하지 않은 상태의 인삼인 수삼(水蔘) 또는 생삼(生蔘)을 약 95도의 고온에서 2~3일에 걸쳐 여러 번 찌고 말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삼의 주요 약리작용을 하는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의 화학구조가 변한다. 이 때 항암성분, 항당뇨성분, 항염증성분, 항산화성분, 간 기능 해독성분, 중금속 해독성분 등 본래 수삼에서는 없거나 함유량이 극히 미미했던 성분 10여 가지가 새로 생겨나거나 함유량이 몇 배로 커진다.
경희대 한방재료가공학과 양덕춘 교수는 "홍삼은 인삼에 비해 장기보관이 용이하고 효능도 훨씬 좋다. 인삼이 잘 맞지 않는 사람에게 열을 지나치게 올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는 반면, 홍삼은 여러 번 찌고 말리는 과정에서 열을 올리게 하는 성분이 줄어들어 부작용도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