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의사 부족이 아니라 공급과잉'
2009.07.07 02:05 댓글쓰기
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는 최근 일부 언론에서 OECD ‘2009 세계의료현황’ 보고서를 인용,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치고 터키에 이어 최하위권이라고 보도한 데 대해 “국내 의사 인력은 부족이 아니라 공급 과잉상태”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각 언론들은 보도를 통해 2007년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7명으로 터키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됐으며, OECD 평균은 1000명당 3.1명이라고 전했다.

“의사 수 통계는 잘못됐다”
이에 대해 의협은 “OECD에서 집계한 단순 통계와 수치만을 근거로 의사인력의 많고 적음을 논할 수 없다”며 “근래 의사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해 인력감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의협은 2007년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7명이라는 OECD 데이터 자체가 각국에서 제출한 활동의사 수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의사 수와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더욱이 한국의 경우 심평원 청구기준 활동의사 수로 OECD에 보고하기 때문에, 활동의사들이 모두 청구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또한 오차범위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가족통계연보에 따르면 2007년 총 의사 수(면허등록 의사)는 10만8207명으로 인구 1000명당 2.2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대로 10년 후면 ‘의사 인플레이션’
의협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그간 의대 신·증설을 무분별하게 시행해 현재 41개 의대(의전원)와 12개 한의대(한의전원)에서 약 4150명의 의료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보건복지통계연보를 보면 의사 1인당 인구수는 1980년 1462명에서 2007년 448명으로 27년 동안 의사 수는 4배 이상 늘었고, 의사 1인당 인구수는 3배 이상 줄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10여년 후에는 의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OECD 평균 을 웃도는 수준이 될 거라는 예측이다.

특히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가 1985년 0.6명에서 2006년 1.7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증가율 47.6%의 3.5배인 무려 166.7% 증가다. 우리나라 의사인력의 절대 숫자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 증가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크고, 의사 수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반대로 인력감축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일 없이 노는 의사 5년간 7000여명
보건복지통계에 의하면 의대 졸업생 수는 매년 3300명 이상씩 배출되고 있지만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의사 수는 매년 2500여명 증가에 그쳐 매년 800여명의 미취업자가 발생되고 있다.

행정 및 연구직 등 비의료 활동을 하는 의사들을 미포함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2003년~2007년 5년간의 누적으로 6,878명의 인력이 진료할 곳을 찾지 못해 실업상태에 놓였다는 얘기다.

의사인력 부족현상은 일부 유명 대형병원의 문제일 뿐이며, 대다수의 1차 의료기관은 환자부족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교통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대도시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이 빚어지고 있으며 지방의 중소병원은 의사부족, 환자부족의 악순환으로 줄줄이 도산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의사인력의 추가 배출로 해결될 수 없고 의료전달체계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주 56.5시간 일해도 빚만 느는 개원가 현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펴낸 ‘일차 의료기관 경영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개원의들의 평균 주당 진료시간은 2005년 51시간보다 5.5시간 길어진 56.5시간으로 조사됐다.

일반근로자가 주 5일 40시간을 일하는 데 비해, 개원의들은 보통 주 6일 진료에 평균 16.5시간을 더 일하며 상당한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 수는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전체 의원의 46%가 부채를 떠안고 있고 평균 부채금액이 3억2626만원에 달할 정도로 경영이 어려운 상태다.

지금과 같은 저수가체계에서 의사들이 이 정도로 일하지 않으면 생존마저 위협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의사 수가 더 늘어나 가뜩이나 작은 파이를 더 나눠야 한다면 시장은 패닉상태가 되고 말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의사 수 과잉공급은 심각한 사회문제 야기
의협 좌훈정 대변인은 “의사인력이 지금 추세대로 증가한다면 10년 뒤인 2019년에는 약 15만8000명 정도가 될 것”이라며 “인구 수는 통계청 추계상 4933만7991명에 달해 1000명당 의사 수가 약 3.2명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 이는 OECD 상위권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의사인력 과잉은 고급인력의 낭비는 물론 의사 실직상태를 악화시켜서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좌 대변인은 “이번 OECD 관련 보도로 인해 우리나라 의사인력이 현재 마치 공급부족인 양 국민들이 오인할 것이 걱정된다”며 “건강보험수가 문제와 의료전달체계, 건강보험재정 확대 등에 대한 문제가 선결되지 않는 한 의사 인력은 절대 늘려선 안 되며, 오히려 인력 감축을 위해 의대 정원의 조정 등의 방안 강구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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