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대학생은 안되는데 의대생은 되네
2010.08.19 03:20 댓글쓰기
포털사이트에 ‘의대생 마이너스 통장’을 검색어로 넣고 엔터키를 누르니 다양한 정보들이 쏟아졌다.

일명 ‘의대 마통’이라고 불리는 의대생 마이너스 통장 개설 문의 및 이율 정보가 가득 쏟아져 나왔고 관련 글에는 문의 댓글이 꼬리를 물었다.

소득이 없는 학생에게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금까지도 제1금융권에서 의대생들의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마이너스 통장'은 의대생 특권?

마이너스 통장은 사실상 대출의 개념이어서 일반적으로 소득이 없으면 제1금융권에서는 개설이 불가능하다.

시중 A은행 모 지점 부지점장은 “마이너스 통장은 대출이기 때문에 소득 증명이 안 되는 학생들은 원칙적으로 개설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대출 관련 규정은 은행별로 다르기 때문에 대출금을 떼일 염려가 없다면 은행별 규정에 의해 학생들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수 있다”면서 “일부 은행들이 자체 규정을 두고 장래 직업이 확실히 보장되는 의대생, 사법고시 1, 2차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은행 입장에서 돈을 빌려줘도 떼일 염려가 없다고 판단되면 누구에게든 대출을 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중 B은행 모 지점의 여신담당자도 “상식적으로 소득이 없는 의대생들에게 대출이 불가능 하지만 닥터론을 취급하는 일부 은행에서 고객 확보 차원으로 통장을 개설해주고 있으며 신학기에 강의실을 찾아 집중적으로 판촉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의대생 마이너스 통장의 실체를 전했다.

1금융권에서 일반 대학생이 대출을 받으려면 담보가 꼭 필요하며 제2금융, 사금융을 제외한 금융권에서의 대학생 일반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B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제2금융권 모 저축은행에서 일반 대학생을 위해 한도 1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 방식의 체크카드를 선보였지만 이율이 19%에 달하며 이들 금융권의 대학생 대출은 최저 이율이 30%를 상회한다.

은행에서 개설해주는 의대생 마이너스 통장은 의사라는 직업을 보장받은 의대생들의 특권인 셈이다.

본과 3~4년생 주로 이용…부모 동의 없이 1학년도 개설 가능

시중은행에서 개설해주는 의대생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는 최소 1000만원에서 최고 3000만원으로 알려졌다.

현재 의대생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1금융권 은행은 4곳으로 일부 학생들은 2개 이상의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어 최고 5000만원까지 한도를 늘려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 인턴을 시작했다는 한 블로거는 “본과 재학 시 주변에 최소 50%이상은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했고 나도 사용했다”고 밝혔다.

한 의대 재학생/졸업생 연합커뮤니티에 댓글을 남긴 ‘p******er’라는 필명의 누리꾼은 “의대 본3인데 C은행 모 지점에서 부모님 동의 없이 신규 가능. 얼마 전 가입”이라는 글을 남겼다.

‘S*******ST…’라는 필명을 가진 또 다른 누리꾼은 “본1부터 C은행에서 사용했고 본4인 지금 D은행에서 3000만원 뚫었다. D은행도 지점마다 한도가 다른 것 같다. 오늘도 한 친구가 만들어 왔다”고 적었다.

이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가입한 은행, 지점, 부모님 동의 필요 여부, 이율 등을 댓글을 통해 공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또 “C은행 학자금 대출 있을 경우 한도에서 차감, E은행 기존 대출건 최대 10% 한도차감, F은행 부보님 동의 절대 필요 없. 음.” 등 구체적 정보까지 제공했다.

마이너스 통장 = 마법 통장…학부모, 금융감독원에 민원

이렇게 만들어진 마이너스 통장은 의대생들에게 그야말로 마법 통장으로 통한다.

학생들은 이 돈을 이용해 노트북, 디카 등을 마련하고 하고 유흥비로 사용하며 일부는 주식 등 재테크에 투자하기도 한다.

학비, 생활비 등 필요에 의해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경제관념이 확실히 서지 못한 학생들에게 이 돈은 감당하지 못할 재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마법처럼 돈이 나오는 통장이지만 이자도 마법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통장의 이율은 은행거래 실적에 따라 최소 7%에서 시작하지만 일반적으로 12%선으로 한두 해 관리를 잘못하면 졸업 후에도 자칫 연봉보다 갚아야 할 돈이 더 많아질 수 있다.

또 전문적 지식 없이 주식, 펀드 등 재테크에 잘못 투자할 경우 수익은 고사하고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고 빚으로 투자했다는 점에서 그 후유증은 클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학생들이 사용한 돈을 제 때 갚지 못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들에게 돌아간다. 문제가 이어지자 의대생 학부모들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시중은행이 학생들에게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주지 못하게 해달라는 민원을 제출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무분별 이용 등 자제-제도적 보완 필요"

일부 블로거들은 전문적 지식없이 주식, 선물옵션 등에 투자해 금전적 손해는 물론 졸업 후에도 경제난에 허덕이는 선, 후배들의 이야기를 올려 마이너스 통장의 무분별한 사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관련 블로그를 운용하는 한 블로거는 “잘 놀아야 일도 잘한다고 하지만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일부 의대 후배들은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지는데다 돈쓰는 것부터 배워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경제관념을 쌓기 위해, 부족한 사회경험을 보충하기 위해 현명하게 돈을 쓸 줄 아는 지혜가 아쉽다”고 학생들의 무절제한 소비생활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현재 인턴이며 졸업 전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해봤다고 밝힌 또 다른 블로거는 “본과 3학년 당시 별다른 제약 없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사용하면서 의사가 돼서 갚으면 된다는 자기합리화를 끝없이 했다”고 밝혔다.

이 블로거는 이어 “직장인들도 까다로운 조건으로 받는 대출을 이렇게 쉽게 사용해도 되는지 많은 고민이 됐다”면서 “한 친구가 마이너스 통장 때문에 부모님으로부터 ‘의사가 될 사람으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라’는 꾸지람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무한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B은행 여신 담당자는 “사용한 돈을 착실히 갚을 수 있다면 마이너스 통장 사용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마이너스 통장 개설시 부모님 동의 등의 절차를 필수화 해 부작용을 막을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일명 ‘마통’으로 불리는 마이너스 통장이 의대생들에게 진정한 마법 통장이 될지 의대생들의 자정노력과 금융권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