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수가협상) 1차 협상이 진행된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흑자분을 밴딩에 포함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협상에 돌입했다.국민건강보험공단은 18일 영등포남부지사에 열린 ‘요양급여비용계약 1차 협상’을 통해 공급자 단체의 인상 근거와 의견 등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예상대로 공급자 단체는 3조원을 훌쩍넘긴 건강보험 흑자를 인상 근거로 내세우며 코로나19로 희생한 의료인들에 대해 긍정적인 보상안을 요구했다.
건보공단 이상일 수가협상단장은 3조5000억원의 건강보험 흑자로 공급자단체의 기대가 큰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예상치 못한 수입이 늘었던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인 보수분 0.4% 증가와 연말정산에 의한 보험수익 증가가 1조2000억원에 달했던 만큼 애초에 밴딩에 포함 가능한 금액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상일 단장은 "이번 건강보험 흑자를 보험료율 인하에 사용해 달라는 가입자의 요구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물가 상승으로 공급자의 원가상승 요인도 존재해 균형점을 모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관심을 모았던 밴딩폭 산출식은 재정위 구성이 늦어져 기존 모형과 앞서 예고했던 4가지 모형을 함께 참고해 가입자에게 밴딩을 제시할 예정이다.
앞서 제시된 모형은 ▲SGR 개선모형 ▲GDP 증가율 모형 ▲의료물가지수(MEI) 증가율 모형 ▲GDP 증가율과 MEI 증가율 연계모형 등이다.
이번 수가를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만큼 각 공급자 단체들의 성적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이 단장은 지난 17일 재정소위원회가 구성된 만큼 공급자 간의 소통 기회를 확대하겠다고도 덧붙였다.
3개 공급자 단체, "의료인 희생 보상책 필요"
가장 먼저 협상에 나선 대한한의사협회 안덕근 부회장은 한의원이 대면진료를 위주로 운영된 탓에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며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요구했다.
안덕근 부회장은 "3만 한의사 후배들이 개원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급여항목 부족으로 페이닥터로 전락하는 등 어려움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의원은 1개가 개설하면 1개가 폐업하는 지경"이라며 "단순히 어렵다는 말보다는 현실적 수치를 산출해 인상률로 이어질 근거 입증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코로나19 극복에 병원들이 큰 자부심을 갖고 있고 이는 협상단도 충분히 동의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 부회장은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으로 올해는 모두가 똑같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지만 병원들 희생이 보상돼야 앞으로 발생할 유사상황에서 똑같이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GR모형과 다른 모형의 추가 적용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예단하긴 이르지만 기대치는 있다"며 "수가 인상은 결국 재투자라며 인적-물적 투자를 통해 다시 올 위기에 대응할 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김봉천 대외협력부회장은 지난해 역대 최저 성적표를 받은 만큼 시작부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대개협의 수가협상 권한 반환과 회원들의 빗발치는 불만에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온 셈이다.
김봉천 회장 "팬데믹이 지나면서 일어난 진료비 상승이 오히려 의원급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며 "보장성 강화 정책이 의료계를 옥죄고 있어 합리적인 방향성을 설정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물가와 인건비 인상에 대응할 여력은 만들어줘야 할 상황”이라며 “인상률의 현실적인 산정 요구를 통해 회원 권익보호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