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의료원, 고려대병원, 길병원, 경희대병원, 아주대병원, 한양대병원, 인하대병원이 추진 중인 분원 설립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 개설시 승인이 필요하지만 의료법 개정 시기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이미 절차가 진행된 곳들에 대해선 제재 가능성이 크지 않다. 다만 분원의 병상 확장에 대해선 관리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8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70개 중진료권으로 구분해서 확인한 결과 전반적으로 지역별 공급 과잉 상태다. 제한이 필요한 지역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공급과잉 지역은 수도권은 물론 지방까지 불규칙적으로 흩어진 상태지만 수도권의 경우 계획된 곳들의 병상 수가 워낙 대규모인데다 밀집된 지역인 만큼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위해 복지부는 전국을 70개 중진료권로 구분, 진료권별 병상수급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일반병상의 공급 제한지역이 39개, 공급 조정 24개, 공급 가능 7개 진료권이었다. 요양병상의 경우 공급 제한 25개, 공급 조정 13개, 공급 가능 32개 였다.
최근 대형의료기관의 분원 설립 추이를 살펴보면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9개 대학병원이 수도권에서만 2027년까지 총 6600병상이 추가할 예정이다.
수도권에 신규 병상이 공급되면 이를 가동하기 위해 인근 지방 의료인력과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환자 집중 및 의료비가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에선 1년에 2조4810억원의 진료비가 추가로 유발된다고 추정했다. 또 늘어나는 병상수 감당을 위해 의사 2만8000여명, 간호사 8만6000여명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오 과장은 “오늘(8일) 발표한 시책의 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사전 심의 절차 도입은 이제까지 의료기관 개설허가 절차가 마지막 단계였다면 심의를 맨 앞단부터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개정 의료법 소급적용 안돼, 병상 확대 등 통제 가능"
"새로 분원 설립 준비 중인 대학병원들은 사전심의 등 일부 제재 가해질 듯"
하지만 현재 분원 설립에 들어간 곳들에 대해선 통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의료법 개정으로 사전심의제가 도입됐다고 해도 소급해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오 과장은 “수도권 대형의료기관들의 분원 설립 진행 현황은 이제 계획단계를 비롯해 지자체와 협약, 토지매매 계약 체결, 착공 등 천차만별”이라며 “법에는 신뢰 보호 원칙이 있기 때문에 이미 진행 중인 곳들을 제재할 수는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새로 설립되는 의료기관 중에서도 절차상 사전 심의를 받아야 되는 곳도 있다. 예를 들면 계획 수립 단계이거나, 행정적인 문서상 절차만 밟고 있는 곳은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일부 통제 가능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대학병원 분원의 단계별 병상 확장에 대해선 제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병원 분원은 300병상 전후 규모에서 개원 후 인력 확충 등을 통해 병상을 500병상, 800병상 등으로 늘려가게 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통제 여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오 과장은 “이 경우 개설 변경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의료법 개정을 통해 병상 신증설시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사전 심의‧승인을 받도록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정 의료법 시행 시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분원들이 이를 적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는 수도권 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의료기관들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