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藥·齒·韓 모두 힘든 밤샘협상…올해 종지부 찍나
조재민 기자
2023.05.26 06:19 댓글쓰기

[수첩] 2018년 새벽 5시를 비롯해 2019년 새벽 3시, 2020년 오전 8시 , 2021년 새벽 5시, 2022년 오전 8시 40분, 2023년 오전 10시.


최근 6년 간 요양급여계약 수가협상이 타결된 시간이다. 5월 31일을 훌쩍 넘긴 지루한 밤샘협상은 어느 시점부터 피할 수 없는 연례행사가 됐다. 


국민건강보험법은 요양급여비용 산정에 대해 직전 계약기간 만료일인 5월 31일까지 체결토록 시한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매번 회의 차수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이를 훌쩍 넘긴 6월 1일에서야 타결이 이뤄졌다.


어느덧 '밤샘'은 수가협상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단어가 된 셈이다. 매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 단체는 지루한 밤샘을 없애자고 입을 모았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최근 이상일 건보공단 수가협상 단장은 "매년 협상이 이뤄지는 장소 인근에 숙소를 잡지만 한차례도 제대로 이용해 본 적 없다"는 자조 섞인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올해 수가협상에는 예년과 달라진 기류가 관측된다. 과거  건강보험운영재정위원회는 31일 오후 7시부터 열렸고, 그러다 보니 차기년도 수가인상 총액 제시는 자정에 뒤늦게야 이뤄졌다.


올해는 재정위가 2시부터 시작된다. 또 최종 재정위를 앞두고 가입자 대표인 재정위원들과 공급자단체 만남까지 주선된다. 최종 밴드 제시도 조금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일련의 행보는 지루한 밤샘협상을 탈피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또 협상의 묘리(妙理)를 살리기 위한 도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어차피 밤샘협상이 뻔한데 왜 재정위 시간을 2시로 옮기나, 밤샘은 그대로 이어지고 서로 얼굴 붉히는 시간만 길어질 뿐이라는 평가절하도 다수 목격됐다.


일련의 변화를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머리를 스쳤다.


협상 실무자는 이 같은 변화를 이끌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6개 공급자단체가 참여하는 수가협상의 중요도와 민감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것이다.


물론 첫술에 모두가 배부를 수는 없다. 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의 이 작은 변화가 없었다면 후일의 새로운 변화는 애초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된다.


결과가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않을지 모르지만, 소통을 늘리고 변화를 끌어내려는 건보공단의 시도는 고무적이다.


매년 불통과 통보식 협상이라는 공급자단체의 불만이 가득하지만, 올해는 서로 아쉬운 마음과 간절함이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까지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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