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요양급여계약(수가협상)에서 가장 불리한 유형으로 예상됐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가 결국 협상 결렬을 선택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가장 높은 인상률을 제시받아서 합의, 의협과 희비가 교차했다.이번 수가협상 평균 인상률은 1.98%로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이며, 추가소요 재정은 1조1975억원으로 작년 1조848억원보다 늘어난 액수로 결정됐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타결 이후 시작된 협상에서 의협은 1.6%(점수당 단가 93.6원), 약사회 1.7%(99.3원), 한의협 3.6%(98.9원)라는 인상률을 받았다.
앞서 병협은 1.9%(81.2원), 치협 3.2%(96.0원), 보건기관 2.7%(99.3원) 조산원 4.5%(158.7원)로 협상이 타결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일 오전 6시 대한의사협회 등 7개 공급자 단체와 진행한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협상을 완료했다. 이후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이를 심의·의결했다.
협상 직후 대한의사협회 김봉천 대외협력부회장은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금치 못한다며 참여 단체 중 가장 크게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부회장은 "의원 유형이 최저치인 1.6% 인상률을 기록해 큰 배신감을 느끼며 높은 물가와 임금 인상에도 감염병 최일선에서 1차의료를 책임진 회원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이어 "인건비, 관리비, 재료비 등 비용지출 증가에 따른 원가인상 자료와 건보재정 당기수지 누적 흑자 등 의원유형의 수가인상의 필요성을 제시했음에도 공단은 의원급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한 채 일방적인 밴딩 선택을 강요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수가협상 이후 SGR 모형의 문제점 개선 마련키로 했으나 거시지표는 물론 구체적 절차 등 어떠한 문제점도 개선을 느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도 단체별 수가협상이 최초로 시작된 이후 1.7%라는 가장 저조한 인상률을 받아 결국 협상 결렬을 선택했다.
박영달 부회장은 "약국의 경우 2008년 유형별 수가계약 이후 처음으로 협상 결렬을 선언해 참담한 심정이지만, 결정 과정에서 오직 회원만을 생각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약사회는 본격적인 협상 전부터 2022년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확진 조제수 증가와 투약안전관리료, 대면투약관리료로 인한 행위료 급증을 우려했다. 이는 결국 환산지수 저하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어 “올해는 행위료 비중이 가장 큰 병원 유형이 약국보다 높은 인상 순위에 있어 순위와 격차가 엄격히 유지되는 한계를 겪었다”며 “이 같은 요인이 이번 협상을 결렬으로 이끈 가장 큰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한의사협회는 인상률 3.6%로 공급자단체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협회 측은 "신규 수가모형 반영에서는 인상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안덕근 부회장은 "단순 인상률로는 1위를 했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부분보다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며 "가입자들과의 대면 만남이 취지는 좋았지만 제도적인 개선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수가모형 반영 여부에 대해 "새로운 수가모형 자체가 협상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관행에 맞춰 진행됐다고 느껴졌고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수가협상 종료 직후 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수가협상단장)는 브리핑을 통해 공급자단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했던 새로운 수가모형 미 반영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해명했다.
지난해 진행된 수가협상에서 기존 SGR모형의 개선 의견이 집중 제기됐고 보건사회연구용역을 거쳐 ▲SGR 개선모형 ▲GDP 증가율 모형 ▲의료물가지수(MEI) 증가율 모형 ▲GDP 증가율과 MEI 증가율 연계모형 등을 추가했다.
이상일 이사는 “5가지 모형으로 산출된 환산지수 결과값을 수가밴드 결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재정소위원회에 제시했다”며 “아마 결과에 대한 아쉬움으로 개선 모형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수가협상 결과 도출까지 켜켜이 쌓였던 어려움의 토로와 함께 전반적으로 높은 인상률을 제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이사는 “SGR로 산출한 모형값이 음수가 나왔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가입자 입장에서는 지난해와 인상률이 동일했다는 것은 상당한 높은 수치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위는 2025년 요양급여비용 계약 시 환산지수 인상분 중 일부 재정은 소아 진료 등 필수 의료 확충을 위해 수술, 처치 등 원가 보상이 낮은 행위유형 상대가치점수와 진찰료 등 기본진료료 조정에 활용할 것을 부대의견으로 권고했다.
한편, 올해 수가협상에서 결렬된 의협과 약사회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오는 6월 30일까지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를 진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