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과 돈 지급을 결정하는 사람이 동등하게 회의에 들어가지 않고서 공평한 협상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매년 수가 협상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데 대해 부당함을 느낀 의료계가 "의료공급자들도 재정위원회 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중재기구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형식적으로는 '협상'이었지만, 의사들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를 탈피하자는 것이다.
14일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한 '건강보험 수가협상제도 개선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수가협상이 진행되는 매년 5월이 되면 결정구조 합리성과 결과 적정성에 대해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정부·의료공급자·가입자 간 갈등이 고질적으로 되풀이된다"고 지적했다.
위성곤 의원도 "최근 5년 간 의료계 요청사항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시한 최종인상률과 동일하게 결정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현행 수가협상 제도를 진단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조정호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사진]는 "수가 계약 및 협상이라고 하지만 사실 의료공급자가 가입자 제안을 받아들일지, 아닐지로 나뉜다"며 "협상이 결렬되면 다시 제대로 다뤄보는 여지가 없이 확정된다"고 말했다.
조 이사에 따르면 의협이 의원급 수가협상을 위해 진행한 건강보험공단과의 수가협상이 결렬될 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을 거치지만 공급자 측 입장이나 근거자료에 대한 논의 과정은 없었다.
결국 병원·치과·약국·한방·조산원 등 타 유형 간 형평성 문제로 협상과정에서 공단이 최종 제시한 인상율로 수가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예로 들며 비교했다.
실제 현재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심의를 매년 3월 말까지 심의를 요청하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심의자료 등을 분석하고 이의 등 의견을 청취해 최저임금 결정 고시가 이뤄진다.
조 이사는 "협상 결렬 시 건정심 심의·의결 전(前) 중재기구를 통한 중재과정이 필요하다"며 "공급자 및 가입자가 '동수'로 추천하는 보건의료전문가로 구성한 별도 중재기구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협상 종료 당일 저녁까지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재정소위)를 개최해 재정폭 규모가 늦게 결정되는 것 또한 비효율적인 협상 방식이라는 게 조 이사 시각이다.
이에 그는 "재정폭이 기간 공개되지 않아 타 공급자단체와의 눈치싸움이 발생해 수가협상 기한을 을 넘어 버티기식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최소 협상 전까지 결정, 협상 기한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현행 건강보험 재정수익과 보험료 수익 증가율은 비슷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건강보험 지출 증가가 가파른 점이 문제로 부각됐다.
"진료량 증가 억제 위해서는 의료 제공자 진료 행태 변화 유도 수반돼야"
실제 지난 2020년까지 건강보험 재정 수익과 보험료 수익 증가율이 지출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었는데, 2016년 이후 지출 증가율이 수익 증가율보다 2배 넘게 높았다.
김양균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 건강보험 수가 통제보다는 보험료 증가를 이끄는 건강보험 지출 증가 예방을 위해 이용량(진료량) 증가를 억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용량 억제는 국민들 의료이용 행태 변화 뿐 아니라 의료 제공자의 진료 행태 변화가 수반돼야 가능하다"며 "집단 책임보다는 개인이 책임을 지게 하는 등 관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과 관련, 김남훈 건보공단 급여보장실장도 "지난 2008년부터 유형별 수가 협상에서 의원 유형 협상 체결 비율이 50% 미만이며, 최근 5년 동안 체결률이 20% 미만이었던 건 수가 협상 제도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김 실장은 조심스럽게 "수가협상제도 개선과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곧 제도발전협의체에서 건보재정 지속 가능성을 위한 환산지수·상대가치점수·종별 가산 등을 연계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