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물실험 의무 해제···한국도 '대체시험' 화두
정치권·동물단체·화장품업계 주도···바이오업계 "완벽한 대체 불가"
2023.02.08 05:57 댓글쓰기



사진출처 픽사베이 


미국이 최근 식품의약품화장품법·공중보건법을 개정해 지난 80년 간 의약품 허가 시 의무였던 ‘동물실험’ 요건을 폐지하고 ‘동물대체시험’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국내서도 동물실험과 동물대체시험 논쟁이 다시금 화두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치권과 동물보호단체가 ‘동물대체시험법’ 제정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피력하는 한편, 바이오업계에서는 “아직 완벽한 대체는 불가능하다”며 지켜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전세계적으로 의약품·식품·화장품 개발 및 평가를 위해 임상시험 전 동물실험이 폭넓게 시행돼왔다. 그러나 동물실험 결과의 임상 적용 효과 논란과 함께 최근에는 윤리적 문제까지 더해지며 동물대체시험법이 그 대안으로 떠올랐다.  


8일 오후 국회에서는 동물복지국회포럼이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동물보호단체 한국HSI가 공동주관하는 민·관 협동 토론회가 열린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2020년 말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아직 통과되지 못한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법률안’의 도입 필요성을 주요 정부부처 관계자들과 함께 다시금 논하는 자리다. 


해당 법안은 동물실험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대체 기술 개발을 국가가 지원하는 게 골자다. 


조영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호흡기내과)를 비롯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정책과·보건복지부 재생의료정책과·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환경정책관·국립환경과학원 위해성평가연구과·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융합산업과·과학기술정보통신부 생명기술과·한국동물실험대체법학회 관계자가 토론을 벌인다. 


서보라미 한국HSI 정책국장은 “국내서도 동물대체시험 기술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유기적 협력체계와 관련법이 없어 산업 육성이 어려웠다”며 “새로운 대체시험법의 검증, 국제조화, 국제 승인, 허가 촉진까지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취지를 소개했다.  


화장품 업계 대체시험 선두, 의약품은?···"보수적 FDA, 동물실험 선호 경향" 


현재 동물실험을 대체할 신기술로는 ▲사람 유사체 모델 ▲장기칩 ▲오가노이드(장기 유사체) ▲3D 프린팅을 통한 조직재건 기술 ▲컴퓨터 모델링 ▲빅데이터 분석 등이 꼽힌다.


이미 화장품 업계에서는 유럽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동물대체시험이 활발히 전개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8년부터 화장품 원료 및 완제품 관련 자체적 동물실험을 중단했다. 또 동물대체시험 관련 특허 15건을 출원·등록하기도 했다. 


현재 전세계 40개국이 동물실험 자체를 완전·부분 금지하고 있을 정도로 이러한 분위기는 강해지고 있지만, 의약품 분야의 동물대체시험 도입에 대해서는 바이오업계의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우선 아직 발전 초기 단계에 있는 동물대체시험이 신약·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에서 비임상시험의 핵심 수단인 동물실험의 완벽한 대안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다. 


더구나 수많은 신약과 바이오시밀러의 관문인 미국식품의약국(FDA) 조차 보수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여전히 동물대체시험보다는 동물실험 자료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미국이 법 개정으로 동물실험 없이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의무 규정은 아니다”며 “FDA 독성학자들은 동물이 안락사된 후 모든 장기에서 잠재적 약물 독성 영향을 조사할 수 있어 부분적으로 동물실험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중증질환 등 위험부담 커 동물실험 지속" VS "인체유래물, 동물실험보다 효능평가 유리"


현재 동물실험을 진행하는 임상시험수탁업체(CRO)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지아이이노베이션 관계사 지아이바이옴은 국내 바이오벤처 중 최대 규모의 마우스 실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 김영석 대표는 미국 개정안이 동물실험을 금지하지 않고 선택 사항으로 남겨둔 사실에 주목했다. 


김영석 대표는 “당초 동물실험 취지는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임상시험 도입 전, 효력과 독성을 검증하는 것”이라며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비임상 선택지가 늘어났더라도 위험부담을 감소하기 위해 (동물) 효력 실험을 지속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쥐·개·영장류를 대상으로 하는 독성 실험을 진행해온 피부·경증질환 치료제 등은 위험부담이 적을 수 있다”면서도 “마우스를 대상으로 하는 암·심뇌혈관 등 중증질환 치료제의 효력 실험은 당분간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와 반대로 동물대체시험 방법을 개발 중인 업체들은 최근 일련의 상황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다만 기술의 한계가 있어,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연구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암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400여종을 보유한 그래디언트바이오 이진근 대표는 “야생에서 오래 생활해 재생치료능력이 높은 쥐에서 효능이 있더라도 임상 시 효능이 없는 결과가 다수인 점을 감안하면 인체유래물은 평가에서 보다 유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종양 조직 다양성을 구현하는 데 기술 한계가 있어, 세포 간 상호작용 규명 등 기초연구가 먼저 활성화돼야 한다”며 “인체유래물에 대한 글로벌 빅파마들 수요가 많다. 이들이 국내에 찾아와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도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FDA가 기업들과 동물시험대체법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고, 조직칩이나 바이오프린팅 등 대체법에 대한 연구개발과 상용화가 촉진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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