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대학병원 임상교원 비중이 높았던 신경과 전문의들이 개원가로 향하면서 학회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장 대학병원 응급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전공의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복지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김재문 대한신경과학회 신임 이사장(충남대병원 교수)은 내달 2일 열리는 춘계학술대회를 앞두고 주요 현안으로 ‘전공의 증원’을 꼽았다.
김 이사장은 “10년 전만 해도 대학병원 전문의 비중이 70%정도였지만 개원의나 봉직의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3차 의료현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대학병원 응급실은 업무과중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신경과학회는 지난해부터 대학병원 인력부족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회에 따르면 전체 전문의 9만1048명 중 신경과는 2033명으로, 2.23%에 불과하다.
대학병원 응급실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학회가 조사한 23개 상급종합병원 1년차 전공의 1인당 응급진료 현황을 살펴보면, 1년차 신경과 전공의 1명이 연간 1834건의 진료를 소화하고 있었다. 모든 전문과목 중에서도 가장 많았다.
그는 “당장 의료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의가 배출되려면 최소 10~15년 정도가 필요하다. 이 기간만이라도 전공의 정원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복지부 건의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 증원시 효과에 대한 자료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학회는 전임 임원진 때부터 신경과 전문의 인력현황과 관련한 분석자료를 보건복지부 등 유관기관에 전달하고 있다.
김재문 이사장은 “물론 개원의와 봉직의 직역에서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하지만 학회 내부적으로 중론이 형성된 만큼 충분한 소통과 의견 수렴을 통해 건의안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과목 간 진료영역 대치 우려, 대화로 풀어갈 것”
전공의 증원과 함께 중점사안으로 전문과목 간 갈등 해소도 지목했다.
그는 “신경과는 재활의학과나 정신건강의학과 등 여러 전문과목과 진료영역이 다소 겹치는 부분이 있다"며 "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SSRI 제제 처방제한 철폐’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의료계가 화합해야 하는 만큼 상호 양보와 타협을 목표로 사안을 풀어나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SSRI 논란에 대해서는 “처방제한 철폐 안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합의안이 도출된 만큼 복지부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신건강의학과와 원만하게 보완점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정부를 향한 정책 건의도 활발하게 이어가겠단 포부를 밝혔다.
그는 “최근 MRI와 PET-CT 급여 검사가 지나치게 남용되고 있다”며 “국가 재정이 필요 이상으로 소모되고 있다는 지적인 만큼 전문가단체로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해 학회 차원의 빅데이터 분석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데이터 기반 근거를 바탕으로 향후 노령화 사회에서 국가가 어떤 의료역량을 길러나가야 하는지 적극 조언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재문 이사장은 “신경과는 많은 현안을 갖고 있다. 양질의 진단을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파킨슨병 평가에 대한 수가 문제부터, 신경과 질환에 대한 대국민 홍보 등 이번 임기는 바쁘게 채워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