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크론병 치료, 최저농도·항체검사 근거 약물 증량”
강빈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2020.11.09 11:22 댓글쓰기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과 함께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 중 하나다. 발생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유전 요인이 있는 사람에서 특정 환경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이에 대한 이상 면역 반응(자가염증 반응)이 지속될 때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위장관 어디에서든 궤양들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복통, 설사, 체중 감소의 증상들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경과를 밟게 된다. 진단이 늦어지거나 제대로 치료받지 않을 경우, 장 협착 및 누공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이로 인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2만4363명이 치료를 받아, 국내 크론병의 유병률은 10만명당 약 48명이다. 이 중 20세 미만 소아청소년 비중이 약 13%를 차지한다. 생물학적제제 투약 연구를 진행, 약물 용량 조절 근거를 확립한 강빈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사진]를 만나 소아 크론병 치료 및 관리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Q. 급증하고 있는 소아 크론병은 성인과 어떻게 다른지

A. 국내의 경우 크론병 유병률은 20세 미만에서 약 13%이지만, 크론병 발병의 경우 전연령 통틀어 20세 미만에서 약 25%가 발생한다. 소아청소년기에서 발생하는 크론병의 경우 증상이 비전형적인 사례가 많은데, 전형적 증상인 복통, 설사, 체중 감소 없이 성장 저하, 항문 누공 및 농양, 빈혈 등과 같은 장외 증상만 존재하는 경우가 무려 약 25%에 달하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크론병에서 동반되는 항문 누공이나 농양의 경우 우리나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국가들에서 발생률이 높고, 성인보다 소아청소년기 크론병에서 진단 당시부터 항문 누공이나 농양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크론병 진단 당시 국내 성인 크론병의 경우 약 30%가 항문 누공이나 농양을 동반하는 반면, 소아청소년기 크론병의 경우 50%에 달한다. 따라서 소아청소년기 크론병에서는 진단 초기부터 항문 누공 및 농양을 수술(세톤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성인 크론병보다 많다.


Q. 소아는 크론병 치료 방법에도 차이가 있는지 
소아청소년기 연령에서 발생하는 크론병은 성인 크론병에 비해 진단 당시부터 중증인 경우가 많다. 침범 부위가 넓으며, 진행이 빠르고 급격히 악화돼 장 절제술과 같은 수술을 요하게 되는 빈도가 높다. 따라서 진단 초기부터 세심한 경과 관찰과 아달리무맙과 같은 항-TNF제제를 이용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또 성인과 달리 소아청소년기가 성장과 발달을 거치는 연령대이다 보니 소아청소년기 크론병 환우들에게서 키 성장 저하와 사춘기 지연이 나타날 수 있다. 키 성장 저하의 문제 때문에 성인과 달리 스테로이드 사용을 제한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스테로이드가 키 성장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해 유도 치료로 성인에서 사용하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음식을 먹지 않으면서 특수 식이만을 섭취하는 완전 경장 영양(exclusive enteral nutrition; EEN)이 소아청소년기 크론병에서 관해 유도 치료의 기본 치료다. 또한 키 성장 저하 정도가 또래보다 월등하게 차이가 있는 경우 진단 초기부터 항-TNF제제가 필요할 수 있다.


Q. 소아청소년기 크론병으로 인해 우려되는 부분은? 치료시 주의 사항은 
A.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이기 때문에 크론병과 같은 만성 질환에 이환되면 우울증, 불안 장애, 학습장애, 적응장애 등과 같은 심리적, 사회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보다 세심한 주의를 요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 정신과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게 된다. 소아청소년 크론병 치료에 대한 유럽염증성장질환학회와 유럽소아소화기영양학회의 공동 가이드라인에서는 질병 악화에 대한 불량한 예후 인자들을 진단 당시에 동반하고 있는 경우 진단 초기부터 항-TNF제제 투여를 권고하고 있다. 소아청소년 크론병에서는 제때 치료를 강화해 적정 약물을 늦지 않게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치료 목표가 기존 증상 개선 및 임상적 관해 달성에서 점막 치유와 조직학적 관해 달성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A. 점막 치유는 내시경상 궤양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조직학적 관해는 조직학적으로 염증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크론병 증상의 개선이나 임상 관해에 초점을 맞춰 치료를 할 경우, 겉으로는 증상없이 좋아 보여도 실제로 속에서는 장 손상이 축적되는 경우들이 있다. 장 손상이 축적되면 합병증으로 비가역적인 협착, 누공 및 농양이 발생하고, 결국에는 수술에 이르게 된다. 크론병의 치료 목표가 임상 관해에서 점막 치유로 변화하게 된 배경에는 점막 치유에 도달했을 때 임상 관해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입원율의 감소, 수술율의 감소, 그리고 스테로이드 사용 감소에 도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나왔다는 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키 성장 회복과 유지 역시 소아청소년 크론병의 중요한 치료 목표가 되겠다.


Q. 생물학적제제 투약 후 치료적 약물농도 검사(TDM)가 중요해진 이유는
A. 동일한 약물을 동일한 용량으로 사용해도 환자마다 약물의 혈중 농도가 다르고, 따라서 치료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항-TNF제제 사용 중 치료적 약물농도 모니터링(TDM)은 항-TNF제제의 혈중 약물농도와 항체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아달리무맙과 같은 항-TNF제제들로 치료하는 도중 효과가 떨어져 증상이 재발하거나 악화되는 이차적 반응 소실이 발생하는 경우, 투약 용량을 강화(혹은 투약 기간 단축)할지 다른 약제로 변경할지 결정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개인 맞춤 치료 측면에서도 간과될 수 없다.


Q. 휴미라 혈중 농도와 점막 치유 및 조직학적 관해 도달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 연구 배경과 의미는
A. 외국 연구들에서는 항-TNF제제의 혈중 최저약물농도와 점막 치유 및 조직학적 관해 연관성에 대한 연구들이 이미 다수 보고돼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 연구가 거의 없고, 특히 소아청소년 연령층에서는 국내 연구가 없어 진행하게 됐다. 해당 연구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시행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였으며, 2016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19세 미만의 중등도에서 중증의 크론병으로 진단된 소아 환자 중 기존에 생물학적제제 투약 경험이 없는 환자 17명이 연구 대상에 포함됐다. 그 결과, 소아 크론병 환자에서 아달리무맙 치료 이후 16주 시점에서 약물의 혈중 최저약물농도가 높을수록 점막 치유 및 조직학적 관해를 도달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는 임상적 관해를 넘어서 점막 치유 및 조직학적 관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치료적 약물 모니터링에 근거한 용량 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항-TNF제제 국내 첫 연구, 약물 모니터링 기반 용량 조절 필요"

“약물 용량증량, 임상 증상 악화 없더라도 혈중 최저약물농도‧항체검사 근거 기반 허가”
“병원마다 당일 검사 결과 확인되도록 치료적 약물 모니터링 보편화 필요”

Q. 임상에서 어떤 기준으로 생물학적제제 용량 증대를 하는지?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요 증상은
A. 현재 국민건강보험 기준상 항-TNF제제로 치료 중 임상 증상의 악화(이차적 반응 소실)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용량 증량(휴미라의 경우, 2주에서 1주로 기간 단축 또는 2주에 용량 두배)이 허가돼 보험급여가 인정된다. 따라서 임상 증상의 악화가 발생했을 경우, 보통 약물 용량 증량을 한다. 임상 증상의 악화는 통상적으로 임상 관해의 기준(성인의 경우 CDAI 150점, 소아의 경우 PCDAI 10점) 이상일 때로 정의한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소아크론병질병활동도지수(PCDAI)에서 평가하는 복통, 설사 횟수와 형태, 혈변, 야간 배변, 일상 활동 제약, 체중 감소, 키 성장 속도 저하, 항문 증상, 등이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요 증상이라고 본다.


Q. 이번 연구 결과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A. 해당 연구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숙제가 있다. 첫째, 임상 증상의 악화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약물 용량 증량이 허가될 것이 아니라, 임상 증상의 악화가 없더라도 분변 칼프로텍틴의 악화나 내시경상 점막 상태의 악화 소견이 보이는 경우 혈중 최저약물농도와 항체 검사에 근거해 약물 용량을 증량하는 조치가 허가돼야 한다.
둘째, 현재 항-TNF제제에 대한 혈중 최저약물농도와 항체 검사는 외부 수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일이 걸린다. 따라서 당장 임상 증상이 악화돼 내원한 환자에게 검사 결과에 따른 치료 결정(약물 용량 증량, 약물 변경, 면역억제제 추가 등)을 바로 적용할 수 없다. 각 병원마다 검사가 도입돼 당일에 검사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치료적 약물 모니터링이 보다 보편화돼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을 시행하고 있는 이상 이는 크론병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 국가에서 조치를 취해야할 부분이다. 이 같은 숙제들이 해결된다면, 연구의 결과는 아달리무맙 치료 후 16주 시점에서 임상적 관해를 유지하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중 최저약물농도와 항체 검사를 시행한 후 검사 결과에 따라 혈중 최저약물농도가 낮은 경우에는 아달리무맙 투여 기간을 단축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고, 아달리무맙에 대한 항체가 형성된 경우에 면역억제제를 투약하고 있지 않다면 면역억제제를 추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Q. 소아 크론병환자 치료효과 제고 및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추가적으로 진행 또는 계획 중인 연구가 있는지
A. 사전예방적 치료적 약물 모니터링(proactive TDM)에 근거한 치료 전략이 점막 치유 및 장벽 치유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국내, 다기관, 전향적,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을 국내 4개 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다. 대장의 깊은 궤양, 침범부위가 넓은 경우, 현저한 성장 저하, 중증의 골다공증, 장 협착이나 누공, 중증의 항문 누공/농양 동반과 같은 인자들이 소아청소년 크론병 질병 악화에 대한 불량한 예후 인자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이러한 불량한 예후 인자들을 진단당시 갖고 있을 경우에 진단 초기부터 항-TNF 제재 투여를 하는 것이 실제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진행된 바 없다. 따라서 이를 알아보기 위해 다국적, 다기관, 전향적,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을 유럽 및 북미 연구자들과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