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장질환(이하 IBD)은 우리나라에서 더는 남의 일이 아니다. 특히 소아 IBD는 정상적인 섭식을 방해하고 성장 및 발육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소아 IBD 치료는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스테로이드제 사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점에서 성인보다 불리하다. 즉, ‘핸디캡’을 안고 싸워야 하는 셈이다. 최근에는 면역억제제와 생물학적제제를 적극적으로 활용, 좋은 경과를 보이는 환자가 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톱다운’(top-down) 전략으로 소아 IBD 치료에서 공고한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병원은 이를 기반으로 향후 소아 IBD 표준 치료로 자리매김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톱다운' 전략은 점점 치료 강도를 올리는 전통적 방법이 아닌 초기부터 효과가 높은 생물학적제제를 쓰는 방식이다. 데일리메디가 김미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나 소아 IBD 치료에 있어 삼성서울병원의 장점과 앞으로 방향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소아에게 적용 가능한 약물 제한적, TNF-α 저해제는 2종류"
“소아에겐 스테로이드를 최소한 사용하거나, 지양하는 등 가용 약물에도 많은 제한이 있다. 생물학적제제도 TNF-α 억제제만 사용 가능한데, TNF-α 억제제의 경우 장기간 사용시 약물에 내성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심한 환자들의 경우 초기에 약을 다소 강하게 사용해서라도 염증을 빠르게 잡고 치료 기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
김미진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의 톱다운 전략 핵심으로 ‘염증 조기 완화’를 꼽았다. 협착이나 누공 등 중증 증상이 생기기 전에 염증을 빠르게 잡고 최대한 단기간에 완치 수준까지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부 보호자들이 처음부터 약을 강하게 쓰면 나중에 치료가 어렵지 않냐는 오해를 하지만, IBD 치료 핵심은 증상이 더 심해지기 전에 빠르게 염증부터 잡는 것”이라며 “예후가 좋은 환자들은 톱다운 전략을 통해 짧은 기간에 치료를 완치하고 약을 끊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톱다운 전략의 성패는 약물 농도 모니터링에 있다”며 “TNF-α 억제제는 약물에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소아의 경우 치료 옵션이 적기 때문에 치료 옵션이 늘어나는 성인까지 TNF 억제제로 버텨야 한다. 약물치료농도를 수시로 관찰하고 체내에서 약물이 효과적으로 잘 작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 등 IBD 환자에게 적용하는 TNF-α 억제제로는 일반적으로 정맥주사제인 인플릭시맙과 피하주사제인 아달리무맙이 있다.
인플릭시맙은 얀센의 TNF-α 억제 기전의 정맥주사 항체치료제다. 2012년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하면서 ‘램시마’라는 제품이 국내 첫 출시됐다.
아달리무맙은 애브비의 TNF-α 억제 기전 항체치료제로, 인플릭시맙과 달리 피하에 자가 투여한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개발한 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가 국내에 등장했다.
김 교수는 “인플릭시맙의 경우 정맥주사 특성상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 염증 지수가 높은 경우 주로 사용한다”며 “특히 항문 누공에 대한 효과가 좋아 국내서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항문 누공 발생이 10%대인 유럽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항문 병변이 50% 이상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달리무맙의 경우 염증 지수가 안정적인 경우 주로 사용한다”며 “아무래도 피하에 자가 투여해야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연령이 있는 청소년 환자에게 많이 사용한다. 대신 인플릭시맙보다 내성 발생이 덜하고 면역조절제를 조금 덜 써도 돼서 면역조절제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또 “소아에게는 IBD에 적용할 수 있는 약이 많이 제한돼 있다”며 “그나마 크론병의 경우 인플릭시맙과 아달리무맙을 모두 쓸 수 있지만,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 인플릭시맙만 쓸 수 있다. 약에 대한 제한이 큰 만큼 성인이 될 때까지 약 내성이 최대한 생기지 않도록 치료 전략을 잘 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인플릭시맙 피하주사제, TNF-α 억제제 新치료전략 핵심 부상"
다만 최근에는 피하주사 제형의 인플릭시맙 제제가 출시하면서 치료 전략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2월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로 피하주사 제형의 인플릭시맙 제제 ‘램시마SC’를 시장에 선보였다. 램시마SC는 2020년 2월 류머티즘성관절염(RA) 치료제로 식약처 승인을 받았고, 같은 해 8월 IBD와 강직성 척추염(AS) 적응증을 추가했다.
김 교수는 “피하주사 제형 인플릭시맙이 나오면서 치료 전략을 효율적으로 짤 수 있게 됐다”며 “초반에는 고농도 정맥투여로 빠른 효과를 본 뒤, 피하투여제로 전환해서 편한 투여 및 내성이 덜한 장점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18세 이전부터 치료를 시작해 만 18세를 넘긴 환자들에게 램시마SC를 사용한 결과 약물 농도 유지와 염증 지수 감소 양면에서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피하주사 치료 전환은 약가 측면에서도 장점이 된다. 현재 인플릭시맙의 경우 정맥투여제는 8주 간격, 피하주사제는 2주 간격으로 투여하는데 동일 기간을 기준으로 보면 두 제형은 비슷한 약가를 형성한다.
그런데 만 18세 이하의 경우 치료가 더딜 경우 간격을 줄이는 것만 보험 적용이 가능한 반면, 만 18세 이상의 경우 치료 용량을 늘리는 것만 보험적용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치료 전략상 간격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으로 약물 농도를 유지하는 데 더 유리하다”며 “그동안 용량을 대폭 높여서 쓰는 방법으로 약물 농도를 유지해왔던 환자들 처방을 램시마SC로 바꾼 뒤 용량을 늘리지 않아도 약물 농도가 유지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약가 측면에서 확실히 유리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환자의 경우 성인이 되기 전(前) 4주 간격으로 치료를 하다가 만 18세가 넘어가면서부터 보험적용을 위해 8주 간격에 용량을 2배로 늘려 치료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후 환자 증상이 많이 나빠졌다. 김 교수는 인플릭시맙 피하투여제 출시 이후 환자 처방을 피하투여로 전환했으며 차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인플릭시맙 피하주사제 보험급여가 만 18세 이하 환자에게도 빨리 확대되고, 치료 간격도 경과에 따라 더욱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는 “효과가 보이는 만큼 빨리 더 많은 환자에게 피하주사제를 투여하고 싶다”며 “하지만 임상적 입증이 우선 필요하다. 제약사 측에서 글로벌 임상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