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역시나 출마 일성(一聲)은 ‘화합’이었다. 갈등과 반목이 아닌 소통과 화합을 통한 위기 극복이 절실하다는 병원계 바람을 잘 알기에 출마의 변에도 ‘화합’을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제41대 대한병원협회장에 단독 입후보한 윤동섭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8년 만의 추대’라는 무게감에 위축되기 보다 지역과 직능을 아우르는 단합된 병협을 자신했다. 아울러 불합리한 정책에는 과감히 맞섬과 동시에 합리적 대안을 동시에 제안할 수 있는 실리적 회무를 전개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다만 의사정원 확대, 진료지원인력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숙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겠다”며 신중론을 견지했다.
“의료자원 효율적 배분 위한 의료전달체계 재정비”
대한병원협회는 산하 12개 지역병원회와 10개의 직능단체가 활동 중이다. 지역과 직능이 워낙 다양하고, 정책과 제도에 따른 이해관계가 상이한 만큼 반목이 일상이 된지 오래다.
중소병원과 대학병원이 번갈아 가며 회장을 맡는 구조나 민감한 현안에 공식입장을 내지 못하는 행보 등은 갈등의 깊이를 방증한다.
때문에 매번 회장선거의 화두는 ‘화합’이었지만 후보자들 간 치열한 경쟁이 되풀이 됐다.
이번 선거 역시 2~3명의 후보가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 사태 등을 감안해 화합을 통한 위기 극복을 도모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추대’ 형태로 급전환 됐다.
추대를 통한 대한병협회장 선출은 제37대 박상근 회장 이후 8년 만이다.
병원계의 선택은 윤동섭 의료원장이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병원들의 고충과 어지러운 의료정책 현실을 극복해줄 구원투수로 그를 주목했다.
그 기저에는 정책현안비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전공의 파업 사태로 불거진 중소병원 및 대학병원 간 갈등 해소에 기여한 만큼 병원계 화합을 이끌어 낼 인물이라는 평가가 작용했다.
뿐만 아니라 대한의사협회 등 관련단체 및 대정부와의 창구 역할을 맡아 원만히 업무를 수행해온 만큼 의료정책 현안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이라는 기대감도 더해진 결과다.
윤동섭 의료원장은 그 기대감을 잘 알기에 ‘화합’을 최우선 기치로 꼽았다.
그는 “병원은 외형적 규모는 물론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뉘는 지역적 특성, 전문병원과 요양병원 등 운영에서도 다양한 차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직능, 직역, 지역마다 이해관계가 상이하고 그에 따른 요구도 다른 만큼 갈등의 소지는 있지만 소통을 통한 단합된 병협을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 일환으로 붕괴된 의료전달체계 확립 필요성도 강조했다. 의원급 의료기관부터 상급종합병원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역할 재고와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윤동섭 의료원장은 “코로나19는 의료시스템 및 의료인력 효율적 배분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 계기였다”며 “특히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역할 재정립 논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기관별로 기능에 맞는 역할을 재정립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며 “의료인력 및 의료전달체게 정비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회장 중심체제 탈피, 위원회 중심 의사 결정 진행”
윤동섭 의료원장은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 결정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피동적이 아닌 능동적인 대정부 관계 설정을 의미한다.
그는 “일선 진료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대정부‧대국회 활동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합리적인 제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파했다.
다만 이러한 일련의 모든 회무는 회장의 개인적 판단이나 의지가 아닌 각 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해 합리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그동안 대한병원협회의 지나친 회장 중심체제에 대한 지적이 계속돼 왔던 만큼 탈권위를 예고한 셈이다.
윤동섭 의료원장은 “향후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보강해 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탈피하고 각 위원회 중심으로 회무를 운영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원병원들이 주요 현안에 참여해 다양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든 병원이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도출해 내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직‧간접적 자문기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각 현안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는 한편 정부에게 묘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회원병원들의 권익과 직결된 현안에 대해서는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논리적 타당성과 객관적 합리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윤동섭 의료원장은 “변화무쌍한 대외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병원협회가 더 전문적이고 더 미래지향적이며 더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와 의료정책 관련 협상을 진행할 때에는 명분과 실리를 두루 살려낼 수 있도록 대처하겠다”며 “병협 위상 제고와 회원들의 자부심 고취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동섭 의료원장은 연세대 의대 출신으로 연세의대 강남부학장, 강남세브란스병원 기획관리실장, 외과학교실 주임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장 등을 역임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간담췌외과학회 이사장, 대한의학회 부회장,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을 수행하는 등 의학계에서 선 굵은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2020년 연세의료원 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에 취임하며 연세의대와 세브란스 계열 병원을 아우르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장 시절부터 병협 회무에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대한병원협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제41대 대한병원협회 회장선거는 오는 4월 8일 정기총회에서 선출위원 36명의 투표로 치러진다.
다만 대한병원협회 임원선출 규정 제20조에는 ‘후보자가 1인일 경우 투표를 하지 않고 총회 추대를 통해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라고 명시돼 있어 이번에는 투표가 진행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