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내분비학회가 불혹(不惑)을 맞아 감회가 새롭다.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준비해야 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유순집 대한내분비학회 이사장[사진]은 4월 7일부터 9일까지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대한내분비학회 2022 춘계학술대회 및 학연산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옛날 사람들은 이립(而立), 불혹(不惑) 등 나이마다 의미를 부여하는 이름을 붙였다. 불혹이라고 해서 세상 일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 하나의 표지라고 생각한다. 과거, 현재, 미래를 고민해보는 계기 말이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스탭, 교수로 일한지 30년이 넘었다. 내분비에 올인해서 살았다. 이제 흘러간 시간을 되짚어보며, 앞으로 40년 후, 100년 후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본다"며 "'함께 이룬 40년, 새로운 도약으로!'가 이번 학회 슬로건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내분비학회는 학회 운영 방향 및 전략을 컨설팅 받기도 했다. SWOT분석에 따르면 학회 강점(strength)은 40년의 전통이다. 학술을 비롯해 수련, 조직, 연구, 교육, 보험 등의 분야에서 고른 성장을 일궈냈다.
SICEM(국제학술대회)이 아시아권을 대표하는 학술대회로 자리잡았고, 외국 내분비학회와 협력을 통한 국제화도 제고했다. 내분비 분야 모(母)학회로서 수련, 고시, 보험 분야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약점(weakness)도 있다. 분과학회 세분화에 따른 통섭 미비, 회원의 양적 및 질적 정체(분과 전문의 감소), 임원 외 학회 참여 부족, 의존적 재무구조, 사회적 영향력 부족, 한국인 근거 기반 권고안 미비 등이다.
"전문의 감소 속 환자 증가 등 효과적 대처 필요"
"내분비 질환 저수가 구조 개선 필요한 시점"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 역시 존재한다. 고령사회로 내분비 환자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희귀질환 및 공공연구 영역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높다. 디지털 혁신과 4차 산업혁명 등 외부환경도 바뀌고 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 대면 사업의 어려움이 있고, 인구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는 점은 위협이다. 내분비 질환의 낮은 수가 구조와 학술대회 펀딩의 투명성 제고도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유 이사장은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내분비를 전공하는 사람이 적다는 점"이라며 "대학병원에 있을 자리가 많지 않고 개원의로 사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진로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내분비내과 전문의로서 성공한 다양한 롤모델을 학회가 제시해야 한다"며 "그러나 여러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이다보니 풀어나가기 쉽지 않고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내분비학회는 앞으로 내분비 전문의 양성 문제와 함께 내분비 관련 보험 이슈들을 지속 발굴하고 정책 근거 마련을 위한 노력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및 희귀질환 팩트시트 등도 제공한다.
유 이사장은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현실에 뒤떨어져 개선이 필요한 급여 제도가 많은데, 골다공증 관련 치료제 급여 이슈도 궤를 같이 한다"며 "보험 문제는 단순히 의사 수익을 올리기 위한 과제가 아니라, 보다 제대로 된 치료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 들어 개선이 필요한 정책 아젠다를 발굴하고, 내분비 질환으로 고통받은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또 학회는 코로나 관련해 갑상선 등 내분비 질환을 어떻게 검사하고 진료해야 할지, 면역관문억제제 사용 시 내분비적 부작용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관련 내분비 질환 데이터를 모으고 있으며, 말단비대증과 선천성 부신증식증 등 희귀질환 팩트시트도 마련했다"며 "이런 활동과 함께 학술이나 연구 분야도 더 강화해 세계적인 수준의 학회로 명맥을 이어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춘계학술대회에는 1000여 명이 등록했으며, 논문 초록 접수 건수는 90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