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시작한 외과, 어려운 환자 살리고 싶다'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유영경 교수
2021.10.14 19:5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간암은 국내에서 사망률이 2위에 달하는 질병이다. 간암을 비롯해 간염 등으로 인한 바이러스성 간질환, 알코올 간질환 등으로 간이식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이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공여자가 없으면 기증을 기다리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간암 환자 가운데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유영경 교수는 이처럼 험난한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우리나라 간이식 분야 명의다. 그는 지금까지 1000회 이상 간이식을 성공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데일리메디가 최근 유영경 교수를 만나 국내 간이식 현황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Q. 어떻게 간담췌 분야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공명심 같은 대단한 계기는 없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간담췌 분야로 온 것 같다. 다만 수술은 내가 재밌고 좋아서 몰두했고, 외과의사로서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한다. 여름에도 휴가보다 추운 수술실에 틀어박혀 있는 게 좋았다. 요즘은 그렇게 하는 게 후배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서 미안한 면도 있다. 
 
Q. 술기의 꽃으로도 불리는 간이식 영역, 초창기에 비해 많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간이식 초기에는 당연히 성적이 좋지 않았으나 현재는 의료기관의 지원 등으로 많이 발전했다고 본다. 우리나라 의사들이 손기술이 좋은 것도 있다. 예전에는 주로 일본 교토대학교 이식외과에서 술기를 배워오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이 과거에는 우리나라보다 간이식 분야가 컸기 때문이다. 현재는 생체간이식이 많이 줄어들어, 내가 연수를 받았던 교토대학도 규모가 꽤 축소됐다.
술기가 많이 발전하고 있긴 한데, 뇌사자 간이식이 좀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사실 생체간이식은 외과의사 입장에서 부담스럽다. 공여자 안전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이식은 수혜자에게는 좋지만 공여자에게는 좋을 게 하나도 없는 수술이다. 뇌사자 간이식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국내 간 기증이 故 김수환 추기경께서 선종한 뒤에 약간 붐이 일었으나 그 이후 다시 줄어들어 우려가 크다.
 
“버림받는 환자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고 뇌사자 간이식 적어 안타깝다"
“환자 커뮤니케이션은 투트랙 방식으로 진행, 환자들 부담 더 줄었으면 좋겠다”
"음주도 간에 안 좋지만 흡연은 특히 치명적, 개인적인 노력 필요"

Q. 최근 단일공 수술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데 간절제에서는 어떠한지
환자분들도 이제 복강경 수술, 단일공 수술에 대한 지식이 많이 늘었다. 그런데 모든 분야에 긍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절개 부위가 작은 것이 물론 좋지만, 절제된 간을 온전하게 꺼내는 것이 더 중요하면 굳이 복강경을 어렵게 할 필요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단일공 수술을 많이 시행했지만, 2~3년 전부터는 공여자에 대해서는 흉터가 보이지 않는 위치에 여러 개 구멍을 뚫어 하는 방식으로 변경해서 하고 있다.
 
Q. 간암 환자들은 치료할 수 있는 비율이 낮다는데
외과의사에게 찾아오는 환자는, 거의 버려져서 온 환자다. 그나마도 수술 등 치료가 가능한 환자는 10% 내외다. 수술의 성공률, 통계로 나오는 환자 치료 성적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환자, 예후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어떻게 낫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숙제이지만 이 점을 해결해야 우리나라 간암 치료의 진정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물론, 최근 조기검진이 많이 이뤄져 과거보다 치료를 초기에 시작하고, 일상생활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환자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Q. 생체간이식과 뇌사자 간이식의 예후 차이가 있는지
예후 차이는 없다. 이는 환자 특성에 따라 다르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뇌사자 이식은 당연히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순서대로 받게 되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관리가 어렵다. 뇌사자 간이 너무 큰 경우, 급하면 분할 간이식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절대적인 뇌사자 간이식이 적어서 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Q. 이식 수술에 대한 환자들의 두려움이 클 것 같은데
환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는 투트랙 방식을 쓴다. 갑자기 간이식을 받게 된 환자분들은 매우 혼란스러워 하기 때문에 우선 좋은 얘기를 많이 해 주는게 중요하다. 이식 날짜를 예약하고 마음의 준비가 된 분들, 또 환자의 가족들에게는 냉정하게 얘기한다. 특히 가족분들에게는 세세한 사항을 안내하는 편이다. 간이식을 한다고 모든 상황이 좋아지고, 완치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셔야 하기 때문이다. 면역억제제 복용으로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고, 출혈이 나면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수술을 받은 직후에는 어떤 상황이든 무조건 좋게 얘기한다. 정말 유언장을 받아야 하는 그런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회복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Q. 환자를 위한 치료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면 어떤게 있을까
치료에 대한 환자 부담이 더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 환자들이 저렴한 의료비로 간암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약제와 수술 등에 대한 환자 부담이 아직 높은 분야가 있다. 식대나 간병인 등에 대한 보장을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실질적인 치료 과정에서 보다 환자 부담을 덜어주는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
 
Q. 간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간은 사실 환자 본인이 스스로 망가뜨리는 경우가 많다. 술, 담배가 나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나. 음주도 심각하지만 특히 흡연이 간에 치명적이다. 이런 것들은 개인 의지로 충분히 조절 가능하니까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각종 민간요법, 건강기능식품 등도 간에 좋지는 않다. 살아가면서 간에 나쁜 물질을 많이 마주칠 수밖에 없는데, 그런 것 중에서도 개인이 막을 수 있는 요소가 충분히 많으니까 주의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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