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교수들 개탄···'답답함 넘어 수치심'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 관련 비판, '감시 속에 살고 싶지 않다'
2021.09.01 12:0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후폭풍이 거세다. 대학병원 교수들까지 나서 이번 입법을 강하게 비난했다.
 
해당 법안이 추진된 이후 대학병원, 그것도 국립대병원 교수들이 집단으로 반발한 것은 처음이지만 모든 입법 절차가 마무리 된 만큼 현재로써는 기대할 수 있는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는 1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관한 입장문을 통해 “국회 본회의 통과 소식에 당혹감을 넘어 자괴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일단 교수협의회는 이 같은 상황을 불러온 일부 의료인의 일탈행위를 감시하고 응당한 규제와 징계 등의 자정 노력이 부족했음에 책임을 통감했다.
 
또한 수술실에 들어가는 환자의 불안감과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는 만큼 입법 취지에도 십분 공감을 표했다.
 
다만 해당 법안이 초래할 폐해는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감시와 통제는 과거에 우리 모두 경험한 바 있는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산물이며, 조지 오웰 소설 속의 감시 사회와 같은 전제주의적 발상”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수술실에서의 감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면 오히려 모든 국민에 대해 언제든지 감시와 촬영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논리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수술실 CCTV는 기대할 만큼의 순기능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협의회는 “명백한 것은 CCTV가 의료사고 원인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소모적이고 비의료적인 논쟁만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집도의 등장과 퇴장시간 측정, 미소였는지 비웃음이었는지 표정 분석, 독려와 갑질 구분 논란, 전공의 교육과정 등에 대한 판단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많은 의료인들이 의료체계에 필수적인 수술현장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 교수는 “의대생들이 환자 생명을 지키며 최전선에서 싸울 미래 외과계 의사로서의 길을 기피하게 만들어 국내 의료 수준의 답보를 넘어 퇴보를 경험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떤 의료인도 환자에게 위해를 가할 의도를 갖고 수술을 하지 않는다”며 “잠재적 범죄자로 내모는 상황은 답답함을 너머 수치심마저 느끼게 한다”고 덧붙였다.
 
협의회는 “강제나 규제가 아닌 스스로의 자정과 책임을 통해 전문가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게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필수의료를 붕괴시키고 환자와 의사 간 불신을 조장하는 해당 법안은 지금이라도 폐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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