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고통부터 경제적 문제까지 전인적 역할 노력'
정민규 연세암병원 완화의료센터장
2021.06.15 05:4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 30대 초반, 이른 나이에 찾아 온 흑색종 암은 폐, 간 등에 전이됐다. 음주·폭력 등이 잦은 남편으로부터 독립해 아이를 키우고, 이런 와중에 임용고시 합격으로 교단에 서길 기대하고 있던 A씨를 찾아 온 아픔이었다.
 
# 위암·대장암·폐암 등을 한꺼번에 맞게 된 B씨는 손녀를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 어느덧 B씨에게 남은 시간은 6개월. B씨가 사랑을 쏟았던 손녀는 “6개월이 얼마나 긴 시간이냐”고 물었고, B씨는 어떤 말도 하지 못 한 채 눈물을 떨궜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스토리’가 있지만, 완화의료센터에서 만난 이야기는 환자 상황과 맞물려 더 큰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일반인에게 의미부터 생소한 ‘완화의료’는 완치 불가능한 말기 암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포괄해 치료하는 서비스인 호스피스보다 광의적인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완화의료는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암 등 중증질환 진단 시부터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나아가 ‘삶의 질’을 제고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14일 연세암병원 완화의료센터에서 만난 정민규 센터장[사진]은 완화의료가 조기 확대되고, 이를 통해 통증과 증상관리가 적극적으로 시행돼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완화의료는 인적 구성부터 일반병동과 다르다. 완화의료센터에는 의사, 약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상담사, 자원봉사 책임자, 음악치료사, 미술치료사, 놀이치료사는 물론 성직자 등이 팀을 이뤄 전인적 돌봄을 제공한다.
 
환자들 투병과정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완화의료는 환자 구토·변비 등 통증 완화뿐만 아니라 처한 사회·경제적, 영적 문제까지 다룬다.
 
이 같은 노력은 소아들에게 더욱 소중하다. 일반적으로 임종 과정이라 하면 성인들의 죽음을 떠올리기 대부분이지만, 태어날 때부터 짧은 일생을 마무리하기까지 병원이 전부인 아이들도 많다.
 
권승연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진료교수는 “연세암병원 완화의료센터에는 성인팀과 소아팀이 같이 있는데, 소아들은 일생을 병원에서 보낸다”며 “이들에게 병원은 태어난 곳이자 삶을 마무리 하는 곳으로, 완화의료센터는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이 의료진 교육 등 비전 제시해야”
 
이 같은 설명에도 완화의료와 호스피스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 짓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완화의료라는 넓은 틀 안에 호스피스는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요양병원 등이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 완화의료가 상급종합병원인 연세의료원에서 시행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정 센터장은 의료진에게도 생소한 완화의료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았다.
 
그는 “완화의료라는 측면에서 의료진을 교육하고, 새로운 체계를 발굴해 리드하는 것이 대학병원 역할”이라며 “의료인 등에 비전을 제시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세의료원의 경우 국내 최초로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를 도입했다”며 “국제 심포지엄 등도 꾸준히 한 만큼, 의대·간호대 등 교육하는 기관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권 교수도 “소아팀은 치료 과정을 동행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며 “표준지침을 만들고 적용하면서 호스피스처럼 임종 과정이 아닌 순간에도 통증, 심리, 사회적 지원 등 가이드를 제시할 수 있게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진료가 아닌 완화의료, 기부 및 정부 지원 등 도움 절실”
 
하지만 완화의료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생소한 것과 마찬가지로 재정적인 부분에서는 한계가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더러 정부도 중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연세암병원 완화의료센터도 기업인의 50억원 기부 중 10억원을 받아 병실 인테리어, 진료교수 월급 등을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완화의료센터 내 주요 인력인 코디네이터, 심리사 등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자원봉사자들의 제한적 참여는 더더욱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정 센터장은 “기부자들의 기부금이 환자에게 어떻게 전달됐고, 이들의 기부가 귀한 일들에 쓰이고 있다는 걸 홍보하는 것이 센터 역할”이라며 “사회를 따뜻하게 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기부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권 교수도 “소아나 청소년 등 어린친구들의 경우 취약계층인 경우가 많다”며 “완화의료팀은 치료과정을 ‘동행’하는 팀이다. 소아는 완치 사례도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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