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지난 1년 울산대병원은 그 진가를 보여줬습니다. 4기 상급종합병원지정을 위한 평가에서 전국 병원 중 6위에 자리매김했습니다. 3기 탈락의 뼈아픈 경험을 딛고 시설, 서비스 모든 측면에서 철저한 대비를 한 결과입니다. 동시에 코로나19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광역시에서 단일한 대형의료기관이 의료체계를 책임진 사례로는 유일합니다. 우리 의료진 덕분입니다”.
지난해 12월 3연임에 성공한 정융기 울산대병원장[사진]은 최근 데일리메디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하며 “앞으로 1년, 울산대병원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음압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개소해 중증환자 대비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노련한 의료진들도 속속 합류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원내 인테리어 개선, 환자들을 위한 문화휴식공간 증설과 같이 의료서비스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기울이는 중이라 언급했다.
치열한 경쟁에도 전 직원이 합심한 결과 '재진입'
“3기 상급종합병원 평가 당시 권역설정에서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부산·울산·경남 광범위한 지역의 대형 의료기관들이 ‘경남권’ 하나의 진료권역으로 묶였습니다. 한정된 자리,치열한 경쟁이 불가피 했습니다”.
그러나 4기 상급종합병원 평가에서도 울산대병원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경남권역이 경남 동부와 서부로 나뉘면서 울산은 부산, 양산과 같은 대도시와 같은 권역에 배정됐다.
당초 울산시를 단일 진료권역으로 분리해달라고 요청했던 울산대병원에게는 나쁜 소식이었다. 지역계에선 울산대병원이 재지정에 실패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내부적으로 ‘더 잘 준비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채우고, 모든 평가 요소를 철저하게 살폈습니다. 앞서 미진했던 전공의 관련 인력문제를 해결하고, 의료질평가 개선에도 나섰습니다.”
그 결과 울산대병원은 예상보다 좋은 점수로 재지정에 성공했다. 영남권 1등, 전국 6등이란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물론 다음 분기에서 기준이 바뀔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정 원장은 강조했다.
"상급종병 재지정 이후 진료 역량 강화 차원서 실력있고 열정적인 전문의 영입 확대"
때문에 병원은 재지정 이후에도 진료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우선 인력 확충이다. 지난해 내과계 진료보조인력 간호사를 2배 증원한데 이어 올해는 전문의를 10~20명 늘릴 예정이다. 정 원장은 “최근 외과에는 50대 교수님이 한 분 오셨고, 향후 40대 액티브한 교수님들 영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대병원이 중증환자 역량 강화를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이다. 정 원장은 특히 코로나19 사태에서 지역 거점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통감했다고 말했다.
“우리 병원은 울산 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 전원을 치료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년 전 파견된 의료진이 아직도 환자를 보고 있습니다. 울산시에서 감염병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없다는 뜻입니다”
실제 울산대병원은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지역거점 의료기관으로 꼽힌다. 지역 유일의 국민안심병원이면서 생활치료센터, 시립노인요양병원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울산대병원에는 중증환자를 포함해 70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해 있다.
1년 넘게 지역사회 감염병 대응을 전담하면서 정 원장의 눈에는 병원의 미비점도 보였다. 일반 중환자와 감염병 중환자를 안전하게 분리할 수 있는 구역과 수술 시설이 필요했다.
최근 개소한 음압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단순히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중증환자 진료역량을 강화하는 것에서 나아가 당장 눈앞에 닥친 감염병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이다.
“감염병 중환자들이 수술이나 검사를 받을 때 일반 환자들과 같은 구역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만든 음압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혈관 조영 촬영 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분리된 공간에서 감염병 중환자에게 필요한 처치가 모두 이뤄질 수 있는 것입니다”
감염병 환자의 응급상황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안전하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단 것이 정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전문가들이 4차 유행을 우려하고 있는데, 우리 병원은 위중한 감염병 환자에게 대처할 수 있는 시설을 전부 세팅해둔 상태”라며 지역민들을 안심시켰다.
"진료 외적인 측면에서도 환자 마음 보듬는 병원 되겠다”
정 원장은 최근 비진료적인 부분에서의 경쟁력 향상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진의 자세다.
“똑같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때도 환자들이 느끼는 바가 다릅니다. 환자경험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느꼈습니다. 의료진과 환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병원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울산대병원의 경우 최근 실시한 환자경험평가에서 고무적인 결과를 받아들었다. ‘해당 의료기관에 다시 내원할 의사가 있다’, ‘해당 의료기관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겠다’ 등의 항목이 전년 대비 10점 이상 오른 것이다. "상대적으로 더 냉정한 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비대면 평가에서 나온 결과여서 인상적"이라고 정 원장은 설명했다.
그는 이어 “또 외래항목 평가에서 의외였던 것이 의사서비스에 대한 만족도였다”며 “의료진 일정이 워낙 바쁘다보니 그동안 평가가 아쉬웠던 때도 있었는데, 우리 병원 선생님들이 정말 열심히 환자를 보는 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환자와 병원 간 친화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울산대병원은 병원 마스코트를 새로 만들기 위해 캐릭터 공모전을 열었다. 연령, 지역, 직업에 상관없이 수많은 응모자들이 참여했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채택된 캐릭터는 향후 병원의 SNS 등 다양한 홍보 채널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또 최근에는 원보 ‘대학병원’을 리뉴얼 발간했다. 의료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인터뷰는 물론 사진과 글에도 전문가를 기용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내부 인테리어 공사도 ‘감성적 접근’의 일환이다. 최근 병원은 ‘해외파’ 출신 디자이너를 기용해 원무 스테이션 등 공간을 개선했다. 간호간병 병동 창구의 경우 울산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바다색을 전면 배치했다.
“‘감성적 접근’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픈 사람들이 찾는 특성상 병원은 불안하고 어려운 시설로 여겨지기 쉽습니다. 이런 부분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로비에 설치된 ‘미디어 아트홀’도 감성적인 접근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대형 화면에선 고화질의 자연경관, 도시풍경이 상영됩니다. 회진 중 환자분들이 감상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받으시길’이란 생각을 합니다.”
정 원장은 앞으로도 울산대병원 변화를 기대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을 함께해줄 의료진과 지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지난 몇 년간 울산대병원은 많은 것을 이뤄냈습니다. 의료진을 포함한 우리 직원들에게 고맙습니다. 또 이런 병원은 울산시를 포함한 울산 의료계와 협력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위기사태에서 신뢰하고, 협력해주신 우리 울산 환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울산이 정말 잘했다’ 모두들 자부심을 가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