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16개 시도의사회장단 위상도 달라졌다.
최대집 집행부 시절만 해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고, 일각에서는 지난해 의료계 총파업 당시 개원가 참여율이 처참했던 이유로 집행부와 시도의사회장단 반목이 꼽히기도 했다.
그런데 비급여 신고 의무화·수가협상 등 굵직한 현안이 시도의사회장단에서 결정되면서 이필수 신임 회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있었던 비급여 신고 의무화 관련 16개 시도의사회장단의 동시다발적인 성명,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협상 주체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 전환 등이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서 결정됐다.
이필수 신임 의협 회장 공약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후보시절 시도의사회장단과 소통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공약집에서 ‘지역의사회 회무 확장’과 ‘의협과 원활한 소통’을 명시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7시 있었던 16개 시도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협회 등 동시다발적인 비급여 신고 의무화 반대 성명서 발표에서는 이 회장의 이 같은 스탠스가 여실히 나타났다. 각 지역 및 직역의 이 같은 움직임을 결정한 것은 시도의사회장단 회의로 파악됐다.
한 도의사회장은 “(비급여 신고 의무화 성명서 발표는) 16개 시도의사회장단에서 결정된 것이지, 이필수 집행부에서 결정한 게 아니”라며 “성명서 등 세부적인 지침도 다 내려 보냈다”고 귀띔했다.
비급여 신고 의무화 성명서 발표뿐만 아니다. 의료급 의료기관 수가 협상을 대개협에서 맡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에 시도의사회장이 맡던 단장 역할은 김동석 대개협 회장이 수행하고, 대개협 추천 인원 2인, 의협 보험이사 중 1인 등 4인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해당 결정이 이뤄진 곳도 지난 4월 10일 열렸던 시도의사회장단에서였다. 특히 기존에는 시도의사회장이 수가협상 단장 역할을 맡아 왔다는 점에서 이들의 협력은 필수였다. 이필수호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기도 전에 의료계 굵직한 두 가지 현안이 시도의사회장단에서 결정된 셈이다.
이는 최대집 집행부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최대집 집행부와 시도의사회장단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왕왕 받았는데, 지난해 의료계 총파업 당시에는 이 같은 맹점이 개원가의 저조한 참여율로 확인됐다.
김동석 대개협 회장은 “개원가 의사들 참여가 매우 저조했는데, 이건 곧 의협 회장의 한계였다”며 “의협은 일부 광역시도의사회와 갈등을 보이면서 지역의사회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 했다”고 직격했다.
이어 “긴급한 상황에서 파업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각 지역 대표 연합체인 범의료계 4대악(惡) 저지투쟁특별위원회(범투위)가 구성됐지만, 협상 진행 경과에 대해 적시에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는 등 결함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주요 결정은 의협 상임이사회가 좌우했고, 범투위는 자문 역할에 그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