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췌장암 환자에게 수술 전(前) 선행치료(neoadjuvant chemotherapy)를 시행할 경우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췌장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인 만큼 일각에서는 선행치료 급여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전향적 연구가 다소 부족해 표준치료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암 환자 생존율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있는 반면 췌장암 5년 생존율은 여전히 8% 남짓으로 10%에도 못미치고 있다. 췌장암 치료를 위해서는 수술이 필수적인데, 암이 어느정도 진행된 경우 수술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의학계에서는 수술 전 화학방사선치료 등을 선행해 병의 진행을 늦춘 후 수술을 하는 치료법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까지도 선행치료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국제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실린 오하이오 주립대 종양외과 조던 박사(Jordan M Cloyd) 연구팀에 따르면 췌장암에서의 선행치료는 수술을 먼저 했을 경우에 비해 생존률을 향상시키며, 주변부 음성 절제율(암 조직이 잘 절제된 것)도 좋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이 850명의 환자에 대한 후향적 연구를 시행한 결과 선행치료를 한 환자들의 생존율은 25.4개월, 수술을 먼저 받은 환자들의 생존율은 19.4개월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일본 센다이 도호쿠대 미치아키 운노(Michiaki Unno)박사가 364명의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는 선행치료를 시행하고 다른 그룹에는 수술만을 시행한 결과 선행치료를 받은 그룹의 평균 생존 기간은 36.7개월, 수술을 받은 집단은 26.7개월로 선행치료 그룹의 생존율이 더 긴 것으로 나왔다.
국내서도 국립암센터 췌담도암클리닉 이우진·우상명 연구팀이 ‘경계절제성 또는 국소진행성 췌장암에서 수술 전 보조치료 역할’ 연구를 통해 “수술 전 화학요법 또는 화학방사선 치료는 수술 후 치료에 비해 이론적으로 수술에 따른 혈관손상이 없는 상태에서 방 사선치료가 진행돼 산소공급이 원활하므로 암세포의 방사선 감수성(radiosensitivity)이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췌장암의 경우 수술 후 보조요법을 못하는 환자가 30%에 달해 전신상태가 비교적 좋을 때 여러 다양한 치료를 시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술 전 화학방사선 등 선행치료는 급여 적용이 안돼 환자들 부담이 크다.
이와 관련,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홍태호 교수는 “췌장암뿐만 아니라 다른 암에서도 선행치료가 암 치료 효과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특히 췌장암은 수술 후에도 생존율이 많이 향상되지 않아 수술 전 조금이라도 진행을 늦추는 데 선행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선행치료가 완전히 표준적인 모델로 자리잡는 것은 시기상조다. 홍태호 교수는 “선행치료가 급여화되면 환자들 부담이 많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환자에게 선행치료를 시행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연구 단계에 있어 아직은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선행치료 효과를 인정하는 논문에서도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앞선 이우진 연구팀은 “수술 전 항암 또는 방사선치료 효과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영상 검사나 병리학적 기준이 필요하며,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치료의 개발 및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군을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던 박사 연구팀도 “선행치료가 생존율 등에서 확실한 개선을 보이고 있지만 분석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는 과거의 선행치료 방식을 따른 것이 대부분이므로 현대의 다기능 화학요법을 이용한 무직위 통제 실험이 뒷받침돼야 최적의 선행치료 사용법을 정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