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2020년 12월 28일부로 한국콜마 제약사업부와 콜마파마 매각이 완전히 정리됐다. 좋은 조건에 약 1년 동안 최종 마무리졌는데, 막상 이별하고 나니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
한국콜마 제약사업부 및 (주)콜마파마 수장을 맡았던 이호경 전(前) 대표[사진 左]는 회사 인수 절차를 마친 뒤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사모펀드 회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인수가 최종 완료된 후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이후 올해부터는 한국콜마홀딩스 고문을 맡게 됐다.
한국콜마홀딩스의 한국콜마 제약사업 및 콜마파마 매각은 지난해 제약업계 최대 빅딜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매각은 CJ헬스케어(現 HK이노엔) 인수로 악화된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고, 주력사업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 등을 이유로 추진됐다.
이호경 전 대표는 "한국콜마와 콜마파마는 의약품 CMO(위탁생산) 및 CDMO(위탁개발생산) 1위 기업"이라며 "이에 IMM PE가 투자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우리 측에 인수 의사를 제안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콜마는 이미 HK이노엔을 인수해 제약사업 부문이 강화됐고, CDMO 및 CMO 사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기준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기적절한 매각이었다고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오른 이호경 전 대표는 30년이 넘게 제약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그는 인하대 화학과를 졸업, ROTC 장교 복무 후 헬싱키대학교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그는 대웅제약에서 전문약 영업 및 마케팅 총괄 직책을 맡으며 대웅이 국내 최고 제약사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전무와 부사장을 거친 후 지난 2013년 한국콜마 제약부문 부사장으로 옮겼다. 이후 2015년 콜마파마 대표로 선임돼 연 매출 520억원에서 930억원대 중견 제약사로 키워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 받아 2018년부터는 한국콜마 제약사업부 대표까지 역임했다. 그는 '소비자 중심의 경영문화'와 '시스템과 구성원의 상호 보완적 체계 구축'을 조직 운영의 중요한 가치로 역설했다.
대웅제약 부사장→콜마파마 대표→새출발 이호경 고문 "매각 시기 적절"
"경영하면서 절실하게 깨달은 것은 답(答)은 언제나 고객(의사, 환자)과 시장에"
이 전 대표는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의사와 환자인 고객과 시장에 언제나 답(答)이 있다는 것"이라며 "시장에서 우리가 만든 약(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면서 좋은 의약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대웅제약에서 한국콜마로 왔을 때 생산 및 제조 분야에 대해 잘 몰랐다"며 "한국콜마는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비즈니스 모델을 가졌지만, 대웅제약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비즈니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주 공장을 찾아가 현장을 파악하며 관리자로서 역량을 키워나가면서 직원들에게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시키는 훈련도 했다"며 "콜마가 만든 의약품을 납품 받는 제약사들이 어떻게 마케팅하고 판매하며, 최종 소비자인 의사와 환자에게 소비되는지 일련의 과정을 교육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시스템과 구성원이 균형을 이뤄 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경영하는 데 중점을 둔 측면도 강조했다.
그는 "사람과 시스템이 상호 보완적인 체계를 구축해 나갈 때 조직이 원활하게 작동하며 성장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콜마와 콜마파마 실적도 양호했다. 2019년 한국콜마의 제약사업 매출(매출비중 22.3%)은 1905억원으로, 2018년 3분기부터 CSO 비즈니스 형태를 CMO로 전환하며 매출 인식 기준이 변경된 점을 반영하면 약 8% 성장했다.
한국콜마 계열사인 콜마파마도 2018년 매출액 784억원에서 2019년 939억원으로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며 성장했다.
이 같은 성과들은 한국콜마가 구축한 안정적인 시스템과 구성원들 노력이 맞물려 낸 결실이라고 평가하는 이호경 前 대표. 그는 올해부터는 또 다른 역할인 한국콜마의 고문으로 새출발을 한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며 최선을 다해왔다. 앞으로도 욕심을 내기보다는 회사 사훈같은 우보만리(牛步萬里) 심정으로 지금까지 제약업계에서 쌓아온 것들을 잘 관리하고 다듬어 회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