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국내 최고 화상전문병원으로 꼽히는 오송 베스티안병원이 구랍 26일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전담병원이 지정된 첫 사례다.
충북 청주시 소재 오송 베스티안병원(병원장 문덕주)은 베스티안재단 산하 3개 병원 중 하나다. 형제병원인 서울, 부산 베스티안 병원과 함께 화상전문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병원은 중등증·경증 환자 병상(90병상) 및 중증환자 병상(64병상) 등 총 154개 병상을 운영하게 된다. 지난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운영해 이달 4일 부터는 중증환자 진료도 시작한다.
오송 베스티안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에 합류하면서 충청지역 병상 수급 문제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김경식 베스티안재단 이사장[사진]은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선 환자를 걱정하는 모든 의료진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가재난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처음인데, 화상전문병원의 감염병 관리경험을 바탕으로 소임을 다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 이사장은 “감염에 취약한 화상환자를 전문적으로 돌보던 의료기관인 만큼 감염관리와 관련해선 전문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송 베스티안병원이 개원한 2018년은 메르스 사태의 여파가 의료계에 남아있던 시기였다.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김 이사장은 개원 당시부터 ‘감염병 전문병원 모델’을 도입했다.
1인용 음압병상을 배치하고, 응급실은 환자들이 분류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중환자실 또한 감염방지를 위해 1인 병상으로 설계됐다.
김 이사장은 “우리 병원은 개원 당시부터 ‘국가재난병원’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며 “메르스 사태와 같은 비상사태 발생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의료기관 모습을 학습하고, 그 내용을 병원 설계와 시공에 반영했다”며 전담병원으로서의 수검 자세를 설명했다.
물론 전담병원으로 전환을 결정하면서 걱정되는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담병원이 되면 우선 현재 운영 중인 진료과목이 모두 중단된다. 병원의 정상적인 진료, 운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또한 원내 시설, 인력, 의료장비 등을 코로나19 치료에 맞춰 전체적으로 재배치해야 한다. 병원뿐만 의료진을 포함한 병원 직원들도 완전히 새로운 근무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실제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선 어려움도 적잖았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의 역량을 더욱 키워보자’고 직원들을 설득했다. 전담병원 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한층 더 성숙한 의료기관으로 진화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화상전문병원 감염관리 경험 기반으로 최상의 진료 준비 최선"
"감염병 전문병원 운영 위해 기존 의료진 재교육 철저"
"전문인력 부족한 상황, 정부 차원서도 재교육 통한 준전문인력 양성 지원 필요"
실제로 병원은 최근 감염병 전문 의료진을 초빙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감염관리 교육을 실시했다. 전담병원 전환을 계기로 병원 직원들의 감염관리역량이 상향평준화 되고 있다고 김 이사장은 설명했다. 이 같은 경험은 향후 화상전문병원으로 돌아간 뒤 온전히 병원의 자산이 될 거라고 그는 내다봤다.
김 이사장은 “전담병원 운영을 결정한 이후 자체적으로 한양대학교 감염내과 전문의와 대구 동산병원 간호부장을 모셔 실무적인 강의를 진행했다”며 “감염병 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문의를 찾는 것보다는 의료진을 재교육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도 재교육을 통한 준전문인력 양성 방안을 권했다.
김 이사장은 “감염병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의료체계가 붕괴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의료인력을 확보하는데 있어 접근방식이 전환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염병 환자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전문의를 찾는 것보다는 의료진 재교육을 통해 인력을 생각할 수 있다”며 오송 베스티안병원 사례를 다시금 강조했다.
끝으로 김 이사장은 “의료계에서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 적극 노력하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국민들에게는 사회적거리 두기를, 의료계에는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 동참을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그는 “감염병 사태 대처와 관련한 매뉴얼 마련, 현실적인 지원과 협력, 지속가능한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