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외과의사가 외과의사답게. 분과전문의 제도를 개선해 효율적인 교육체계를 모색하겠습니다. 외과의사가 부족하지 않게 중증환자 치료를 위해 필수적임에도 전공의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비인기 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필수진료과와 머리를 맞대고 행동에 나서겠습니다. 외과의사가 인간답게, 그리고 고강도 근무와 저수가에 지친 외과의들이 진료에 충실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전수조사해 대대적으로 바꿔나가겠습니다.”
최근 의료전문지 기자단과 만난 이우용 대한외과학회 신임 이사장(삼성서울병원)[사진]은 “그 어느 때보다 영향력 있는 임원들로 구성된 대한외과학회가 뜻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의료계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 과제는 '외과교육 개선'···분과전문의 활용 높이고 교육도 내실화
앞으로 2년간 대한외과학회를 이끌게 된 그는 단기 과제로 ‘외과교육 개선’을 꼽았다. 외과는 지난해부터 전공의 교육기간을 기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다.
기존 4년 수련기간에서 전공의들은 1~3년 차엔 기본적인 외과 수술과 진료를, 4년차에는 세부 전문수술 분야를 수련했다. 하지만 실제 배출된 외과의 대부분이 세부 분과 수련 필요성이 낮은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면서 수련체계를 효율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외과학회는 수련기간을 단축하는 대신에 분과전문의 제도를 강화하겠단 해결책을 내놓았다.
이 이사장은 “외과의사가 임상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가지게 될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필수역량을 기르는 한편, 수요가 확실한 분과전문의 교육은 더욱 깊게 이뤄지도록 하는 교육체계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수련체계를 확립해나가겠다는 의지다. 질적인 측면에서의 관리와 함께 외과의료의 양적인 측면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것이다.
그의 장기적인 과제는 ‘외과의사들 처우 개선’이다. 계속해서 제기되는 ‘고강도 노역 및 저수가’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근거를 마련해 현실적인 지원방안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 이사장은 “외과가 위기라고 하는데, 20년 전부터 외과 위기론은 계속되고 있다”며 “그만큼 오랫동안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인데 이제는 정말 변화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술때문에 못했던 정부 회의 적극 참석, ACS 등 새 분야 창출
중기 과제로 '기피과 이미지 타파' 등 필수의료과 이사장들과 적극 협력
장기 과제는 '외과의사 삶의 질 향상' 적극 추진
우선은 외과의사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낮은 수가로 인해 고강도 노역에 대한 강요 아닌 강요가 이뤄지는 작금의 현실을 바꿔야 중장기적으로 외과 기피현상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이 이사장은 “외과는 365일 당직을 서야 한다. 물론 외과 내에서도 편한 과가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과들은 응급수가를 받기 위해 밤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콜(call)을 대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의료를 담당하는 병원급에선 격무에 시달리는 외과의들이 더 많다”고도 우려했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기 위해 이 이사장은 학회 차원에서 ‘외과의사 근무 실태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 이사장은 “정부 등에 개선책을 요구하기 전에 객관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실제 근무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근무시간 내 이뤄지는 의료행위의 강도는 어떤지. 의료행위에 따른 보상(수가)은 합리적인지. 정확한 근거를 마련해 필요한 부분엔 정책적 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젊은 외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외과 정책연구단’도 출범할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외과의사들의 경우 수술일정이 워낙 빠듯해 정부 간담회 등의 일정에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보통 회의 일주일 전에 연락하는데, 수술 일정 때문에 담당하던 학회 임원이 아닌 다른 임원이 참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은 학회 임원들이 안정적으로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합의할 계획”이라며 “또 임원들이 현장 목소리를 잘 전하기 위해 젊은 전문의들 의견을 상시 수렴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과 처우개선을 위한 대외활동을 도모하면서 지금 당장 외면받는 ‘비인기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힘을 모으겠다는 것도 이우용 이사장 구상이다.
그가 그리는 중기 과제는 ‘필수의료과 위상 확립’이다. 돌아선 전공의들에게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인기과’가 부럽지 않은 외과만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이사장은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확립하면서 응급·외상 수술과 중환자 치료가 결합된 ACS(Acute care surgery)와 같은 새로운 분야를 개발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최근 도입된 우리나라 외과입원전담전문의는 기존 외국 체계와도 다르다”며 “외과전문의의 수술후 관리를 더욱 중시하면서 실질적인 의료질 향상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까지 총 50명의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가 있는데, 병원과 환자 모두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인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외과의사 역할을 정립하기 위해 다른 필수과들과의 협력도 계획 중이다.
이 이사장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각 학회 이사장들과 합의해서 ‘필수의료 협의체’를 만들 예정”이라며 “소청과 역시 지금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데, 각 기피과가 의료계에서 설 수 있는 자리를 보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끝으로 이 이사장은 “이 모든 사안은 회원들 참여와 애정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며 학회 행보에 많은 관심을 요청했다.
그는 “이사장 재임 2년 동안 잘하는 일에는 격려를, 미진한 일에는 응원을, 잘 못하는 일에는 질책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외과학회 차기 이사장으로 선출된 이우용 교수는 대장암과 직장암 분야 권위자로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에 재직 중이다.
삼성서울병원 기획실장과 건강의학센터장을 역임했고, 대한의학회 정책이사,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 대한민국의학한림원 교육위원회 위원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정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