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추가 확진자가 계속해서 확인되면서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은 의료진 안전을 위해 본격적인 체계 마련에 나섰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대형 병원의 의료진이 감염되면서 국민 불안감은 크게 증폭했다.
또 앞으로 추가 확진자들이 대형병원으로 이송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가운데, 의료진 감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 혹시 모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학교병원이다.
서울대병원에는 현재 6번, 11번 확진자가 입원해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분원인 분당서울대병원에는 10번, 14번 확진 환자가 치료를 받는 중이다.
서울대병원 감염관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에 따른 대응 프로토콜’을 지난 2월1일 원내 배포하고 의심환자가 발생할 시 자세한 행동 방침을 의료진에게 전달했다.
병원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확진자와 밀접 접촉했으면서 37.5도 이상의 발열 또는 기침, 가래, 인후통,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을 보인 환자가 확인될 시 의료진은 진료실에서 즉시 퇴실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증상이 의심되는 환자에 대해선 감염병, 바이러스질환, HIV감염증 등을 담당하고 있는 강창경 내과 조교수에게 연락을 취하도록 했다.
환자와 함께 있던 의료진은 이후 진료를 위해 전신보호복을 입고 N95 수준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환자는 원내 감염관리팀 신고해 격리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병원 내 설치된 선별진료에 격리된 상태로 전화기를 사용해 의료진에게 진찰을 받는다.
이후 환자는 격리실로 이송돼 지속적인 조치를 받게 된다. 이송은 다른 진료 환자와 접촉하지 않도록 별도의 동선을 이용한다.
진료실은 환자가 퇴실하고 30분 이상 진료실을 비운 뒤 락스 희석액을 사용해 소독을 진행한다.
청소직원은 N95 마스크와 일회용 가운 및 장갑을 착용하도록 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 지침에 따라 중국 방문력을 확인하고, 열감시 카메라를 사용한 내원객 체온 확인 및 일반 외래진료 마스크 의무화를 실시하고 있다”며 “원내 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가능성도 완벽히 차단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 빅5 병원들도 감염방지 체계화 서둘러
서울대병원 외 소위 ‘빅5 병원'들도 혹시 모를 원내 감염에 대비해 출입체크를 강화하고 내부 방역도 이중삼중으로 실시하는 등 경계 수준을 올렸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날(3일)부터 의료진과 직원은 물론 내원객들에게도 마스크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주부터 운영 중인 열화상카메라를 통한 스크리닝도 필요시 인력을 증원하는 등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은 병원 주요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 10대를 설치해 모든 내원객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 주출입구에서 열화상카메라를 감시하는 직원들에게는 전원 보호구를 지급했다.
체온은 진료실에서도 확인한다. 지난 주까지는 중국 방문력이 확인된 환자에 대해서만 체온체크를 진행했지만 지금은 발열 증상이 있는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출입구 카메라를 통해 1차 확인 후 진료실에서 2차 확인을 진행하는 것이다.
직원 및 의료진에게는 정부지침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한 원내 권고사항을 문자와 메일로 지속 전달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보건당국 방침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을 통해 내원객의 중국 방문력을 사전에 확인하고 있으며, 병원 차원서 의료진들과 기존 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는 원내 소모임 자제를 지시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확산 진원지’로 지목되기도 했던 삼성서울병원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사태 이후 원내 ‘신종CoV(코로나바이러스) 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대책본부는 이번 우한폐렴 사태와 관련해 의료진들에게 관련지침을 전달하는 원내 컨트롤타워로 기능하고 있다.
대책본부는 의료진 및 직원들을 대상으로 환자 대면시 수술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청결과 기침에 주의할 것을 권고했으며,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 위생용품을 보급했다. 또 2주 이내 중국에 다녀왔거나 37.5도 이상의 발열 혹은 호흡기 증상이 있는 직원들은 출근하지 않고 부서장에게 보고토록 했다.
이 밖에 병원 게이트를 순차적으로 축소 운영하고 있다. 내원객을 대상으로 선별적 발열 모니터링도 시행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은 원내 인트라넷인 녹스 게시판을 통해 업데이트 되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도 내원객 스크리닝을 강화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부터 열화상 카메라를 운영했던 병원은 이번 우한폐렴 사태가 발생하자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원내 의심환자 방문시 의료진 대응지침도 체계화했다. 원내 의심환자 확인시 감염관리실에 보고해 선별진료소로 이동케 했다. 정규 진료시간 외에는 응급실로 이송, 조치할 계획이다. 응급실에는 별도의 감염격리구역이 설치돼 있다.
또 지난 주부터는 환자 스크리닝 직원 및 감염 의심자에 접촉할 상황에 놓인 의료진에게는 개인 보호구도 지급하고 있다.
중국을 다녀온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관련 부서에 통보해 조치를 받도록 하게 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감염관리실이 주도적으로 실시간으로 보건당국 방침을 파악하고 그 외에 필요한 방역강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내원객은 물론 의료진과 직원 안전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도 안전 관리를 위해 우한시를 제외한 중국 방문력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별도 진료소를 설치하고 보안요원들을 재배치했다.
2주 이내 중국을 방문했으면서 당뇨병 등 만성질환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안심진료소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안심진료소의 의료진들은 전원 보호구를 착용한다. 진료소 입구에는 보완요원을 배치해 출입을 통제했다.
의심환자가 발생할 경우 주간에는 안심진료소로, 야간에는 응급실에 설치된 선별진료소로 이송된다. 서울성모병원은 현재 응급실 내 3개의 격리음압실을 운영 중이다. 격리조치된 의심환자는 추후 보건소로 이송돼 검사를 받게 한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외래진료를 보는 의료진들을 위해선 마스크를 지급하고 관련 위생수칙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 외에 의심환자 또는 중국방문환자가 내원했을시 동선과 행동지침은 감염관리실에서 계속 의료진들에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