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료현장, 쏟아진 민원에도 욕받이 감수'
은평성모병원 권영미 고객행복팀장
2020.07.22 12:1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기자/기획 5]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폐쇄 조치가 내려졌던 은평성모병원은 진료 정상화를 위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방역 대책뿐만 아니라 갑작스런 폐쇄 결정에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된 외래 환자들과, 쏟아지는 민원에 대처하는 직원들을 돕는 작업도 이뤄졌다.

특히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인 권영미 팀장이 이끌고 있는 은평성모병원 고객행복팀은 병원 안팎의 소통을 도맡으며 지금도 원내 업무 정상화에 일조하고 있다.

권영미 팀장은 가톨릭대학교에서 보건학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의료혁신연구회장을 역임 중인 병원 CS(고객만족) 분야 베테랑이다.

Q. 코로나19 상황, 고객행복팀이 당담하고 있는 업무는

평소 고객행복센터는 환자만족 향상을 위한 병원 만족도 조사, 고객응대교육 등을 맡고 있다. 민원 대응시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병원 입장을 전달하고, 직원들에게는 고객의 생각을 알려주는 중간자적 역할을 한다. 병원 내에서 민원이 발생하면 현장으로 가기도 한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후부터 지금까지 병원 안팎의 민원에 전부 대응하고 있다. 확진자가 나온 뒤 외래진료 중단 안내 문자를 예약환자 전체에게 발송하고 6개월 이내에 병원 방문기록이 있는 분들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확진자와 접촉 기록이 있어 자가격리에 들어갔던 직원들 안내도 담당했었다. 특히 폐쇄 직후에는 저희 팀을 비롯해 몇몇 방역을 담당하는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병원 전 직원의 자가격리가 이뤄졌었다. 이분들에게도 병원 상태를 수시로 전달하고 대중교통 이용 및 공공장소 출입 제한 등을 안내했다.

Q. 확진자 발생 후 환자들 불안감이 컸다. 민원이 많았을 것 같은데

초반에는 말 그대로 하루 종일 민원 전화만 받았다. ‘진료를 언제 시작하나’ 혹은 ‘내가 접촉자로 분류되는지 궁금하다’는 질의가 제일 많았다.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대기자가 늘어나자 ‘왜 전화도 안 받아주냐’며 불만을 터트리는 분들도 계셨다. 그나마 정부에서 전화 처방을 가능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준 뒤부터는 이런 항의는 많이 줄었다. 병원 폐쇄가 결정되면서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와 비접촉자로 분류되는 환자가 퇴원했다. 하루 1차례 이상 안부 겸 코로나19 증상 여부를 묻는 전화를 드렸다. 며칠 지나자 이분들과 친해질 정도로 자주 전화를 했다. 병원에서 먼저 전화를 주고 상태를 물어봐 준다는 데 특히 만족스러워하셨다.
전화상담을 하며 다른 병원에서 은평성모병원 환자라는 이유로 진료를 꺼리는 부분에 걱정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때문에 진료 차질로 인한 지역 내 주민들의 불평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병원 앞에서 간식을 전달해 주기도 하고 응원 메시지를 적어 보내는 분들도 있었다. 인근에 유명한 사찰이 있는데, 스님들이 음식을 만들어 보내주기도 하는 등 지역에서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힘이 됐다.

Q. 병원 내 직원들을 위해서는 어떤 업무를 지원하고 있나

폐쇄 기간에는 진료 재개 시점이나 수술 후 통원 가능 여부 등 정보를 묻는 민원이 많았다면, 병원이 운영을 재개한 현재에는 곳곳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진료 재개 후 병원에서는 방문객 출입시 체온 측정 등 스크리닝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직원들도 마스크와 보호장구 등을 착용하고 응대한다. 방문객이 많다 보니 시간이 걸리게 되는데 협조가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직원들을 향해 욕설을 하는 방문객도 있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저희 팀에서 현장으로 나가 응대하긴 하지만 직원들이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병원이다 보니 다들 예민해지고 조금만 불편이 생겨도 날을 세우고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의료진과 직원들을 위해 심리 상담 프로그램 등을 시행할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현재 은평성모병원은 감염관리 부분을 전담하는 감염관리감시단을 운영 중이다. 제가 간사를 맡고 있다. 병원을 돌면서 감염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조달이 안 되는 물자가 있는 경우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코로나19와 관련한 부서별 민원을 담당하는 셈이다. 이에 대한 현장 반응이 매우 좋다. 긴급 상황에 바쁘게 대처하다 보면 부서별 요구 사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감염 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Q. 코로나19로 불안해하는 환자 및 방문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병원에 근무하면서 신종플루부터 사스, 메르스 등 다양한 감염병 사태를 겪어왔다. 코로나19에 대응하며 느낀 것은 우리나라의 감염관리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잃은 것도 많지만 부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는 태도를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사논문을 준비하면서 환자들이 많이 찾는 병원의 특징을 분석했었다. ‘환자들에게 잘해주는 의료진’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런데 환자들은 웃는 태도나 친절한 태도를 잘해주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궁금해하는 사실을 계속 알려주고 잘 설명해 주는 게 중요하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병원에서 먼저 전화하고 안내를 해주니 환자분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 감염병은 높은 전염성도 무섭지만 이에 따른 사회적 불안과 공포로 인한 여파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 같은 직원들에게는 ‘고생 많다’는 한마디라도 정말 큰 힘이 된다. 각 병원마다 감염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태도가 더 확산됐으면 좋겠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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